“30조+α 하반기 추경 편성될 것”…3가지 포인트
①추경 내용→세수펑크+경기침체 고려
②추경 규모→어게인 2020년 코로나 추경
③추경 재원→적자국채 5조~10조 전망돼
적자국채 발행 늘수록, 채권시장 술렁일듯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올 하반기에 30조원 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세수 감소, 경기 침체, 총선 일정이 고려된 관측이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에 따라 채권 시장이 술렁일 것으로 보여 파장이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 4곳이 추경 편성을 전망하는 리포트를 3~4월에 잇따라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6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6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DB금융투자는 지난 16일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에 선을 그었지만, 오히려 주요 증권사들은 ‘추경 편성’에 베팅한 것이다.
증권가가 추경을 전망하는 것은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1분기 주요 기업의 실적이 ‘어닝쇼크’를 맞은 가운데,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2분기 이후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재부 내부에선 각계 전문가들에게 추경 편성 관련한 물밑 문의를 하고 있다.
증권가가 주시하는 추경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로는 추경 콘텐츠다. 추경 규모·시기 등이 뉴스 헤드라인으로 주로 나오지만, 추경을 실제 편성·준비하는 기재부는 추경에 담길 내용부터 고민한다. 이 콘텐츠에 따라 추경 여부나 규모, 시기가 영향을 받게 된다.
추경은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추경을 편성하려면 법적 요건부터 맞아야 한다.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대규모 재해(자연·사회재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경기 침체 △대량 실업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대내외 여건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편성 가능하다.
관련해 증권가는 ‘경기 침체’ 때문에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배경을 “세수부족 현상과 경기하락 압력”으로 풀이했다. 증시·부동산 부진, 6개월 연속 수출 감소, 소비 위축을 고려할 때 이대로 가면 조단위 ‘세수펑크’(세수결손)가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추경 규모다. 안재균·강수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세수가 전망치 대비 약 3조7000억원에서 20조원 가량 부족할 전망”이라며 “(올해 추경은) 2020년 3차 추경과 규모와 목적 면에서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은 코로나19 발병으로 경기가 침체했던 때다.
당시 3차 추경은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여기에는 세수 감소를 고려해 세입 경정 11조4000억원, 경기보강책 11조3000억원, 고용 및 사회안전망 확충 예산 9조4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1%, 2~3분기 부진한 성장 경로가 우려돼 하반기로 갈수록 추경 편성 명분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올해 추경은 소규모로 마련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 번째 포인트는 재원이다. 추경 재원은 국채,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기금여유 자금, 한은 잉여금 등으로 조달된다. 올해는 세수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추경 편성 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적자국채 발행 규모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받게 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03년 이후 추경 편성당 적자국채 평균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35%(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상황 제외 시)로 올해 적자국채가 5조~10조원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자국채에도) 내년에 선거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추경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실 연구원은 “연내 추경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금리 방향성의 포인트”라며 “2분기 말~3분기 초 물가 부담을 덜어낸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또는 인하 시그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세수부족 누적에 대응해 정부의 추경 집행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한 해 예산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기존 예산을 수정한 예산이다. 옛 재정법(23조)에는 추가예산과 경정예산을 구분했는데, 현 국가재정법에서는 이를 포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추가예산은 본예산을 증액한 예산, 경정예산은 본예산 한도 내에서 변경을 가하는 예산을 뜻한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에 따르면 정부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이후 국회 본회의를 통해 추경이 확정된다.
추경은 2015년부터 매년 한차례 이상 편성돼 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은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29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이다. 추경 규모만 62조원(중앙정부 지출 39조원+지방교부금 23조원)에 달했다.
한 해에 가장 많이 추경을 편성한 시기는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당시 4차례 추경이 편성돼 1961년 이후 59년 만에 최다 추경을 기록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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