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를 보면 이태원이 보인다 …전·현직 서울청장 '닮은꼴'
'백남기 사망 사건' 최종 지휘관 공동책임 인정
'이태원 참사' 김광호 현 청장 수사 영향 관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시위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해 고 백남기 농민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경찰은 단순 진압자가 아닌 관리자라고 역할을 규명한 판례라는 평가가 있다. 비슷한 구조인 이태원 참사 수사와 재판에 끼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살수 요원과 현장 지휘관, 총괄 책임자인 구 전 청장의 공동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 백남기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 직사 살수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을 입고 쓰러졌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그는 끝내 숨졌다. 검찰은 2017년 강신명 경찰청장은 불기소, 구은수 서울청장 등은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당시 현장에 있던 신윤균 서울청 4기동단장이 적절한 지휘·감독을 하지 못한다고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3심은 인식가능성을 인정해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며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집회·시위 최종 지휘권자도 위법·과잉 진압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서, 직접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들과 함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례가 생겼다. 집회·시위 관리 과정에서 물리력 사용은 고도의 주의가 요구되며, 책임은 최종 지휘권자도 진다는 것이다.
현장 경찰뿐만 아니라 지휘관의 집회·시위에 대한 시각에도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이 그동안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 가치를 간과했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득해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시위 대응 방식을 개선한 상태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소요 사태 또는 핵심 국가중요시설 공격행위'가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살수차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그해 관련 대통령령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집회·시위에 대한 법 집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종 지휘권자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대법원은 현장과 총괄 책임자의 주의의무가 다르지만, 경찰 전반의 공동목표로 공동의 의사 연락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과잉은 있었으나, 집회·시위 담당 경찰은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실제 지휘권자가 현장을 지휘하지는 않는데 포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구 전 청장이 살수요원과 현장책임자와 과실범인 업무상과실차사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유죄가 확정되면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김광호 서울청장에 시선이 쏠린다. 경찰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서장 등과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송치했다.
세월호 참사 대응이 미흡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은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상태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심과 같이 예견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해 김 전 청장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 출신 박성배 변호사는 "지휘관이 예견가능성이 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서울청장 사건에 참고할만한 판례"라며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청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경찰권 남용과 관련해 확정판결이 나오기는 했으나, 앞으로 지휘권자 책임과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내부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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