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예총, '빚더미 예술인센터' 매각 문제 없나
국고지원금 받은 공공재 빌딩 '불투명한 매각' 왜?
매각 이유와 방식에 의문, 예술계 '시한폭탄' 예고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예술문화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문화·예술·체육·관광 국가 재정 2% 시대를 여는 비전대회'였습니다. OECD와 비교해 한국의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예산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향후 기초예술 분야 지원강화 추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것인데요.
국회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주최한 이 행사는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이범현 회장)가 주관했습니다. 예총은 각종 경축일 예술제를 주관하고 청소년정서강연회·예술문화인수련회·예술심포지엄·예총전국대표자대회·예술문화상 시상, 기업과 예술대토론회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예술인과 예술 발전을 위한 취지와도 부합합니다.
약칭 예총(藝總)으로 불리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한국 예술문화인들의 친목과 권익 옹호를 위해 1963년 출범한 단체입니다. 전신은 8.15 광복 이후 존속해온 문총(文總,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이고요. 현재는 한국연예협회, 영화인협회, 연극협회, 음악협회, 문인협외, 미술협회 등 총 10개 법인단체를 둔 한국 문화예술의 뿌리이자 본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예술인센터 매각 및 재건축 추진 계획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
그런데 최근 한국예총이 예술인센터 매각 및 재건축 추진 계획을 둘러싸고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예총은 지난 2월 제62차 정기총회를 열고 '예술인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동사업안'을 상정 제안했는데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공실 증가(임대수입 급감)의 부담을 줄이고, 수입 지출의 균형구조 도모를 위한 재전건정성 확보(만성부채 해소)라는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예술인센터는 수백억원의 은행권 부채와 문체부의 보조금 반환 의무 등 10년 이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빚더미 건물입니다. 건립 당시부터 건물 부지의 일부가 경매에 들어가는 등 장기간 공사가 중단될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당초 '목동 예술인회관'에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라는 이름으로 완공되기까지 '복마전'을 방불케할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발족 당시 공보부와 문교부의 후원 아래 국가적 민간단체로 탄생했기 때문에 정부가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공익적 측면이 더 많은데요. 실제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소위 예술인들의 창작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나 자체 공연 수익 등의 생산성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건물(지상 20층 규모)은 임대 수익만으로는 누적된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 은행권 부채와 문체부 보조금 반환 의무 등 10년 이상 '만성 적자'
수익성은커녕 매년 지불해야할 이자만 20억여 원에 달하는데요. 갈수록 빚만 쌓여가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부채 규모를 줄이는 매각의 방향이 맞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1200억여 원에 매각해 부채를 갚고 남은 금액 일부로 예총 관련 단체가 입주할 공간 마련에 재투자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내막을 잘아는 예술인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무엇보다 매각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예술인센터는 문체부를 통해 국고보조금 265억 원을 지원받아 건립됐습니다. 건물이 매각되면 예술단체는 사실상 와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체부는 지난해 예총의 자생력을 위한 공적 차원에서 행정명령으로 부가했던 약 270억 원 중 상당액(약 3분의 2)을 탕감한 바 있습니다. 단순한 일반 건물 매각이 아니란 거죠.
더 큰 문제는 매각 방식인데요. 예총은 지난 총회에서 D개발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했습니다. 공개입찰이 아닌 특정업체로 몰고가는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15년밖에 안된 초현대식 빌딩을 허물고 새로 짓는다는 계획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의혹들을 잠재우려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겁니다. 자칫 예술계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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