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선언' 삼성전자…외국인 1조 넘게 사들였다

김인경 2023. 4.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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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일 6일간 4.49%↑…외인 1.37조 순매수
SK하이닉스도 외국인 순매수에 6%대 상승
D램 현물가 401일만에 상승 전환…목표가↑
감산규모·소비심리 따라 반등세 둔화 우려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감산’을 언급한 이후 반도체주가 순항하고 있다. 특히 발 빠른 외국인들은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무려 1조4000억원 이상 사들이고 있다.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감산’을 발표한 7일부터 14일까지 4.49% 오르며 6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단 하루(14일)를 제외하고 5거래일간 상승했다. 상승의 원동력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조3735억원 사들였다.

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SK하이닉스(000660)도 7일부터 14일까지 6거래일간 6.56% 오르며 8만9300원을 가리켰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92억원 순매수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 연결 매출액이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매출액(64조2012억원)과 영업이익(1조1억원)을 각각 1.87%, 40.00% 하회하는 ‘어닝쇼크’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이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하자 반도체 재고 소진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는 커졌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량 감산 효과에 따른 수급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1일엔 반도체 디램(DRAM) 가격이 무려 401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장데이터 제공업체 디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디램 대표 제품 ‘DDR4 16Gb 2600’ 현물 가격은 11일 0.78% 오른 3.24달러로 지난해 3월 7일 이후 처음으로 올랐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생산해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범용 D램이다. 오름세의 폭은 미약하지만 올랐다는 신호가 시장에 주는 효과는 컸다.

시장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12.99% 상향했다. 키움증권(7만8000→8만원), 유진투자증권(7만2000→7만8000원), 다올투자증권(7만1000→7만5000원), 하이투자증권(7만5000→8만3400원), 신영증권(7만6000→7만9000원)도 목표가 상승랠리에 동참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다만 삼성전자의 감산 규모나 하반기 소비심리 회복 상황에 따라 반등세가 둔화할 수 있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량을 20%가량 줄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얼마나 감산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다. 게다가 감산을 해도 결국 소비심리가 반등해 재고가 줄어야 하는데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반등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감산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3일(현지시간) ‘삼성은 인텔과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은 업계 1위 위상이 너무 편해 경쟁사들로부터 더 이상 사업을 빼앗으려는 욕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 결정이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삼성가(家)가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 즈음 고객들 재고가 충분히 줄어들고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경우, 반도체 업황은 낮은 생산 증가율에 힘입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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