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의 온차이나] ‘판다 외교’의 종말
”시진핑식 늑대전사 외교에 ‘소프트파워 상징’ 판다 설 자리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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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보로 꼽는 판다가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 핀란드 등지에서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임차해 길러온 판다를 잇달아 반환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죠.
판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세계 각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한 마리당 한해 100만 달러에 이르는 적잖은 임대료로 짭짤한 외화 수입을 챙겨왔죠. 하지만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빌려주는 국가와 중국 간 우호를 상징하는 친선대사의 역할이 더 컸습니다. ‘판다 외교’라는 말이 있죠. 온화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소프트파워의 상징 같은 존재였습니다.
판다 반환에는 임대계약 만료, 막대한 사육비 부담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과거와 달라진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와요.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노선에서 벗어나 상대국을 거칠게 공격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전환하면서 판다가 더는 중국 외교의 상징으로 통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중국의 관계는 지난 수년간 크게 악화한 영향도 있었겠죠.
◇임대료만 연간 100만 달러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영국 애든버러 동물원이 11년간 길러온 판다 부부 양광, 톈톈을 중국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죠. 코로나 19로 관람객이 줄면서 작년 한 해 200만 파운드(약 34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판다는 2011년 말 10년 임대 계약에 따라 영국으로 건너왔는데, 코로나 19로 계약이 2년 연장됐다고 해요. 올해 10월쯤 고향인 쓰촨성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2월에는 일본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 와카야마현의 테마파크 ‘어드벤처 월드’에 있던 30살 수컷 판다 에이메이와 8살 쌍둥이 자매 오힌·토힌이 중국으로 돌아갔죠.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소유권이 중국에 있고, 2살이 되면 중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핀란드 아타리동물원도 사육 중인 판다 루미와 피리를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중국은 2017년 시진핑 주석의 핀란드 방문 때 판다보호협약을 체결하고 2018년에 15년 기한으로 두 판다를 아티리동물원에 임대했는데, 불과 5년 만에 돌려보낸다는 겁니다.
유럽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민간기업인 아타리동물원이 판다 사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라고 해요. 두 마리 판다를 임차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200만 달러에 이릅니다. 여기에 하루 30㎏에 이르는 신선한 댓잎을 중국 쓰촨성에서 공수해와야 해요. 코로나 19로 관람객이 줄다 보니 비용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올해 4마리 돌려보내
동물원 측은 핀란드 정부에 500만 유로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핀란드 의회는 자국 멸종위기동물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많은 액수라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해요. 결국 임대 기한을 10년 이상 남겨놓은 시점에 조기 반환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핀란드 내에서는 중국이 판다의 조기 반환을 굴욕적인 일로 받아들이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고 해요.
미국도 이번 달에 20년 임대 기간이 끝난 테네시주 멤피스동물원이 22살 암컷 판다 야야를 돌려보낼 예정이에요.
연말에는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있는 톈텐, 메이샹 판다 부부와 그 사이에 태어난 샤오치지 등 3마리가 계약 기간 종료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한해 4마리의 판다가 돌아간다는 건 미중 관계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겠죠.
◇‘최고의 외교관’으로 활약
중국의 판다 외교는 중화민국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 여사가 중일전쟁 당시인 1941년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판다 한 쌍을 미국에 기증한 것이 시초였어요. 1946년에는 영국에도 판다 한 마리를 보냈습니다.
공산당도 집권 이후 판다를 외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자 판다 한 쌍을 우호의 선물로 미국에 보냈습니다. 현재 세계 19개국에 66마리가 나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2016년 판다 한 쌍이 들어와 용인 에버랜드에서 생활하고 있죠.
전문 연구자들의 분석을 보면 중국은 철저히 국익과 연계해 판다를 보냅니다. 2012년 프랑스 정부와 원전 협력에 동의하자 판다 한 쌍을 임대했어요. 2011년에는 스코틀랜드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판다 한 쌍을 보냈죠.
판다가 잇달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중국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걸고 주변국을 압박하는 공세적 외교를 펼쳐왔죠. 코로나 19 팬데믹 책임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지원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도 사실상 왕따 신세입니다. 홍콩 민주화 탄압, 신장 위구르족 인권 유린 등도 논란이 되고 있죠. 판다로 상징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작동할 여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판다 외교’의 시대도 종언을 고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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