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기밀 유출’ 한·미 정부의 다른 대응
美 “사안 심각 조사” 잘못 인정
韓은 “정보 위조” 이상한 해명
되레 언론 탓 태도 이해 안 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의 기밀 대화 내용이 담긴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사건이 보도되고 미국 국방부에 서면 질의를 보냈다. 답신은 18분 만에 도착했다.
이튿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질문을 받기도 전에 “4월6일 오전에 민감한 기밀 자료의 무단 유출에 대한 보고를 처음 받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기밀 문건 유출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에 잘못을 먼저 나서서 인정했다. 커비 조정관도 오스틴 장관도 하나같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문제의 보도 이튿날인 9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일에도 “양국 상황 파악이 끝나면 우리는 필요할 경우 미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런데 11일 입장이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조율을 위해 방미길에 오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국방장관이 통화했다며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누군가 위조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측에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할 것이 없다고 했다.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논란이 불거지고 3일 만에 이뤄진 대통령실 실무자의 첫 브리핑이었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공식 성명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며 “통합 보안 시스템과 전담 인력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도청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미 정부에서 유출 문건이 사실상 진본에 가깝고, 사안이 심각하다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기밀 문건이 위조됐고, 도청도 없었다는 입장으로 미 정부보다 앞서 나갔다.
미국에 도착한 김 차장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으로 갔다. 김 차장은 신경질적이었다. 김 전 실장의 대화가 조작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고, 미국이 한국을 도청한 의혹이 있다는 질문엔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같은 주제로 물어보려면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3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문건 유출 피의자를 체포했다. 피의자가 미국 주(州)방위군의 공군 내 정보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고, 1급 비밀 취급인가를 받아 문건이 진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의자 체포 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특파원단과 만나 ‘미국이 수사 중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먼저 도청이 없었다고 발표한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도청 여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도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도청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대통령실은 14일 “미 측에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달할 말이 없다는 김 차장 발언과 또 다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라는 게 늘 국익과 일치하지 않지만, 만약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라고 했다. 지금 미국의 도청 문제와 관련해 우리 국익을 해치고 있는 것이 언론인지 대통령실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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