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저버린 수단 정상화…민간은 사라지고 다시 군부끼리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민의와 상관없는 군 쿠데타가 빈번한 아프리카에서 이례적으로 민중 봉기 편에 서서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던 수단 군부가 결국 4년 만에 민간은 다 쫓아내고 자기들끼리 유혈 낭자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15일(토) 수단 군부 최고사령관이자 주권위원회 위원장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준 정규군 조직 신속지원군(RSF) 우두머리 모하메드 함단 다날로 장군이 휘하 군대를 동원해 수도와 서부 치안불안 지대 다르푸르 등에서 맞붙었다.
첫날에만 민간인과 군인 60명 가까이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16일(일)에도 교전이 계속중이다. 56명이라는 사망자 수는 의사들의 임시 집계로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수단은 콩고와 접한 남부가 남수단으로 2011년 분리독립 이탈하기 전에는 면적이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252만 ㎢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였다. 세계서 가장 최근에 독립한 나라였던 남수단(64만㎢)은 30년 무력투쟁 끝에 독립했지만 2년 뒤부터 종족 간 군조직 간 권력다툼으로 내전이 나 독립 투쟁 때와 같이 수십 만 명이 사망했다.
2019년 4월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30년 철권통치에서 무너져 자신이 만든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8개월 전 연료비 인상에 항의하는 민중 시위를 의사 등 전문가집단이 바시르 타도 시위로 변질 승화시켰다. 수도 하르툼에서 연일 철야농성하는 시위대를 대통령궁 앞의 국방부와 군인들이 진압 대신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다 오마르 체포를 결정했다.
준장 계급의 오마르는 1989년 쿠데타로 손쉽게 정권을 잡았는데 2003년 서부의 다르푸르에서 반정부 및 분리주의 투쟁이 일어나자 잔자위드라는 민병 조직을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에 들어갔다. 다르푸르에서 수단인 3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보리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09년 남수단 분리주의 세력과 협상중인 오마르를 반인륜행위 혐의로 체포장을 발부했다.
오마르를 감옥에 보낸 수단 군부는 반정부 시위 주도의 전문가집단 등 민간 세력과 과도정부 구성에 들어갔으나 6월에 이에 반대하는 군부 세력의 쿠데타가 있었다. 오마르 타도 전 시위로 사망한 민간인이 100명이 안 되었으나 이 쿠데타에서 더 많은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결국 민간과 군은 4년 뒤에 완전한 민간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을 치르기로 하고 그간 군부와 민간 세력이 반반 들어가는 주권위원회를 구성해 집행 내각을 통제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군부가 2년 간 주권위 위원장 직을 맡고 다음에 민간이 만기로 했다.
주권위원장에 알부르한 최고사령관이 되었고 유엔 관리 출신의 경제학자 압둘라 함독이 총리로 과도 내각을 이끌었다. 수단은 1998년 130명 사망의 미군 부대 테러 공격으로 테러지원 국가로 분류돼 국제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함독 정부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 피해보상금 3억4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테러국가 딱지를 떼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에 수십 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요청하기로 하고 이를 실행했다.
또 미국의 재정 지원을 기대하면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외교 관계를 맺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파격을 행했다. 오마르 전대통령을 즉시 헤이그 본부로 이첩하라는 ICC 요구에 회부 이송 원칙을 밝히면서도 시간을 끌기도 했는데 여러 면에서 수단이 정상적인 국가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군부는, 아프리카 군부는 역시 군부였다. 2021년 10월 주권위원장 직을 민간에게 주기로 한 시점이 되자 부르한 장군 등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내각을 해산시키고 민간 세력과의 합의를 없는 것으로 만든 것이다. 부르한은 위원장은 군부가 유지하되 민정 이양 총선을 다소 늦게라도 실시한다고 약속하고 함독 총리를 다시 끌어들여 과도내각을 다시 출범시켰다.
이때부터 군부 간의 갈등이 표면화했다. 2019년 주권위원회 첫 구성 때부터 민병대와 정규군 중간 성격의 준 정규군 신속지원군을 이끄는 다날로 장군이 과연 민정이양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다날로의 RSF는 병력이 10만이 넘는다고 하며 그 인적 원천이 바시르 전대통령의 다르푸르 학살 선봉대 잔자위드에 있다고 한다.
부르한 장군은 민간 세력과 약속한 2년 후 주권위원장 양도 합의를 깨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민간 내각 함독 정부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이에 비해 다날로 장군의 '민간 세력 인정' 정도는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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