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규칼럼] 경제성장률 1%의 경고
경제 위기보다 저성장 더 위험
정부, 심각성 제대로 인식못해
땜질 배제… 근본해법 마련해야
경제성장률이 하염없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마저도 하반기 이후 내외 여건이 개선된다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 몇몇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1% 성장도 어렵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이 형국이다. 우리는 지금 저성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세계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회복될 것이므로 지금의 저성장은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현재 불경기 대책도 마땅히 없는 데다 구조적 비효율을 고치려는 노력도 뚜렷하지 않다.
어쩌면 저성장보다 위기가 더 나을지 모른다. 위기가 가시화하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소위 개혁이 추진된다. 위기가 닥치면 단기적으로는 어렵겠지만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저성장 상황에서는 그 심각성이 인식되지 않으면서 문제점을 고칠 계기가 생기지 않고 결국 경제는 골병이 들고 만다.
저성장에는 어떤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가? 경제성장은 인간의 삶(경제 활동) 중에서 부족한 부분(문제)이 발견되면 이를 메우는(해결하는) 과정이다. 즉 경제성장은 집단적 문제 해결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저성장이나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세 봉건 사회였고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상황도 그 예이다. 지금 우리나라 저성장에도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이 반영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근래 우리의 경제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경제 상황이 달라졌고 사안들의 성격이 바뀌었는데도 표면적 현상만 보고 천편일률적인 대책을 도식적으로 반복 적용해왔다. 더구나 몇몇 과제는 임기응변으로 봉합하기까지 하였다. 그 과정에서 비합리적 행태들이 점차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새로운 시각이나 비판적 견해가 수용되거나 용납되지 않는 풍조마저 조성되었다. 게다가 진영 간 정치적 알력도 극심해져 설사 문제가 인식되더라도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게 되었다.
요컨대 지금의 저성장은 종래 생겨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이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성장률 1%가 보내는 경고다. 이 경고를 절대 흘려듣지 말자. 이제는 경제 문제를 심화하는 행태나 의사결정은 엄금하여야 한다.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단편적 시각에 입각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임기응변식 대증 요법도 극력 배제하여야 한다. 그 대신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경제 현상을 진단하고 새로운 차원의 대책들을 적극 마련해나가야 한다. 흔히 말하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슘페터 경제 발전 이론을 오래 연구한 독일 경제학자 게르하르트 멘슈는 “절박감이 창조적 파괴의 원천”이라고 하였다. 올해 1%대 경제성장률로부터 우리 경제의 앞날이 험난할 것이라는 절박감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의 낮은 성장률에 내재된 위험성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전 대구가톨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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