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예진 "완벽했던 '모범택시', 시즌3도 함께 하고파" [인터뷰]
무지개 운수 팀 막내이자 해커 안고은 역
"함께 호흡한 이제훈, 멋있는 리더"
배우 표예진이 '모범택시2'를 통해 확실하게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시간적 여유 없이 투입된 현장이었지만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고 팀 플레이에 기여하면서 작품의 흥행을 이끌어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표예진은 본지와 만나 SBS '모범택시2'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범택시' 시리즈는 악당을 사냥하는 택시기사라는 전무후무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다이내믹한 재미부터 권선징악의 짜릿한 카타르시스까지 잡았다. 특히 SBS 역대 금토드라마 시청률 4위를 기록, 히트IP로 우뚝 선 작품이다.
극중 표예진은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의 막내이자 해커 안고은 역을 맡아 까칠하지만 영리하고 당찬 매력부터, 불법 유출 동영상 피해자를 언니로 둔 피해자 가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시즌 1·2 내내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자신만의 안고은을 완성해냈다. 지난 2012년 드라마 '오자룡이 간다'로 데뷔한 표예진은 '쌈 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 'VIP' 등 다양한 드라마로 입지를 쌓았다. 이후 지난해 드라마 '모범택시' 구원투수로 투입돼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가장 먼저 시즌3 제작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이에 표예진은 "'모범택시'의 시즌3 제작은 들은 바는 없지만 또 기회가 있고 오빠들이 있다면 너무나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시즌2에 임했던 소감에 대해 "시즌1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시청자들이 '모범택시'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 시즌이 생겼다. 시청자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너무 좋아했다. 한 번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설렜다"고 떠올렸다. 그가 이번 시즌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든든한 파트너'다.
표예진의 말처럼 이번 시즌에서는 전보다 성숙해진 안고은을 만날 수 있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 더욱 단단해진 캐릭터를 무리없이 이야기에 넣었고 시청자들을 이해시켰다. 이는 성장한 고은을 선보이기 위해 배우 본인이 말투, 성격, 스타일링까지 고민한 결과다. 특히 부캐(부캐릭터) 플레이를 처음으로 도전하게 됐다. 표예진은 "부캐로 변신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가수 역을 준비할 땐 실제로 노래 레슨을 받았다. 어르신들 앞에서 공연하는 만큼 뻔뻔한 애교에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그런 류의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표예진은 이나은의 하차로 급하게 투입됐다.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역할을 소화해야 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배우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에게 '모범택시'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다. 이를 묻자 표예진은 "'모범택시' 시리즈는 제겐 너무 뜻깊고 좋은 작품으로 남았다. 초반 과정에는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제겐 진짜 가족 같은 사람들이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애정이 깊은 만큼 시즌 종영이 아쉽다고 밝힌 표예진은 "이 작품을 너무나 좋아하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크다. 이렇게 완벽한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또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두 시즌을 거친 만큼 무지개 운수 멤버들은 남다른 우애를 가졌단다. 끈끈함 속에서 다져진 우애다. 배우들 간 좋은 분위기는 연기적 시너지로 발휘됐다. 특히 이제훈을 언급한 표예진은 "이제훈 오빠는 장난도 많이 치지만 자리가 비좁으면 반사판도 직접 들어준다. 배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정말 멋있는 리더이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한 존재다. 본인의 몫을 200% 해낸다. 가장 힘들 텐데 가장 파이팅 넘친다. 하루 종일 하트를 남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표예진은 스스로를 '재미없는 막내'라고 표현했다. 현장에서 선배 연기자들이 먼저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젖어들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 가운데 표예진이 바라본 '모범택시'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표예진은 "조금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분노를 느끼는 처벌이 많다. 그 이상의 처벌을 하는 '모범택시'에게 대리만족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이비 편을 굉장히 좋아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작품의 매력은 당한 대로 갚아주는 것이 통쾌하고 또 유쾌했다"고 답했다. 다만 본인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크단다. 또 동시기에 방영된 '청춘월담'에 대해서 "처음에는 (동시 방영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한꺼번에 나와서 아쉽다. 그래도 일주일에 4일이나 본방 사수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이번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열심히 찍었지만 막상 전체를 봤을 땐 항상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 조금 더 고민했다면 좋았겠다 하는 마음"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표예진은 '모범택시' 시리즈 내내 고은에게 푹 빠져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의 스텝을 밟았다. 특히 시즌1 속 고은의 서사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인물에 깊게 이입했고 감정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한 장면을 찍고 나서 느끼는 희열은 그에게 큰 여운을 남겼고 연기에 대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아울러 '모범택시'에서 체험해본 액션에 대한 니즈가 더 생겼다고 밝힌 표예진은 "이제훈 오빠를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 시즌2에서 해보니 쉽지 않았다. 재밌기도 하고 희열도 있었다.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어느덧 표예진은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을 맞이했다. 스스로 조급했던 시기를 거쳐 주어진 작품들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표예진이 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자신과 그때의 연기를 사랑하는 자세는 그를 더욱 성숙한 배우로 만들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연기를 하며 길을 걷겠다는 표예진에게는 남다른 각오가 느껴졌다. 그의 차기작은 ENA '낮에 뜨는 강'이다. 표예진이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은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다. 이전의 밝고 씩씩한 이미지를 '모범택시'로 지웠듯 차기작 역시 '모범택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게 됐다. "'모범택시'로 제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기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제겐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