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에 ‘급전’ 쓴 정부, 이자는 눈덩이
단기 차입 금액 1분기 57조 넘어
이자 비용만 이미 1200억원 육박
감세 영향 차입 더 늘어날 가능성
전문가들 “나쁜 형태의 재정조달”
정부의 감세기조 전환 목소리도
정부가 단기 차입한 금액이 올 1분기에만 57조원을 넘어섰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한국은행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 등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을 당겨 쓴 것인데, 단기 차입으로 인한 이자 비용만 이미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 국면 속 각종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감안하면 단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은과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분기 단기 차입한 금액은 57조1000억원(누계액 기준)이다. 정부는 나갈 돈(세출)에 비해 들어올 돈(세입)이 부족한 경우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에서 일시 차입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충당한다. 재정증권은 국고금 일시부족분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재정증권과 한은 일시 차입 모두 정부가 끌어다 쓸 수 있는 일종의 급전 성격을 띤다.
올해 정부는 1분기에만 재정증권 발행 9조원, 한은 차입 48조1000억원 등 총 57조10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올 1분기 정부의 한은 차입금 규모는 이미 지난해 연간 총 차입금 34조2000억원보다 14조원가량 많다.
정부가 세수 예측 실패로 차입을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따라 정부가 내야 할 이자 비용 역시 큰 폭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올 1분기 기준 정부의 한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액은 642억원으로 지난해 총 이자액(273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최근 5년 내 최고치다.
마찬가지로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1분기 들어 ‘63일물 1조원’ 재정증권을 9차례 발행해 총 9조원을 조달했는데, 3%대 중반의 낙찰금리를 감안하면 이자로만 537억36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한은 일시차입금 이자와 재정증권 발행이자를 더하면 올해 1분기 정부의 단기 차입에 대한 이자액은 1179억원에 달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적자 재정을 세수 확대로 대응하지 않고, 돈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라며 “물가를 자극하는 가장 나쁜 형태의 재정조달 방식”이라고 말했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정부가 예고한 감세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의 차입과 이자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병도 의원은 “정부가 일시 차입에 의존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대처”라며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집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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