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값 11년 만에 최고
고물가 시대, 복병으로 떠올라
식품업체에 제품 가격 인상 압박
국내 재고 여유, 장기화 땐 타격
“랠리의 패자는 식품회사와 소비자 모두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국제 설탕 가격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설탕값 상승이 식품업체들에 제품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인 설탕이 고물가 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가격 변동을 부추기면서 먹거리 물가를 위협하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재고 보유분이 있어 당장 영향은 작지만 설탕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식품 가격이 올라 서민 생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뉴욕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원당(설탕 원료)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파운드당 24.85센트까지 올라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올해 3월 설탕 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 역시 127.0으로 2016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설탕값을 뛰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날씨’다. 악천후로 주요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브라질 다음으로 원당 생산량이 많은 인도는 최근 주요 생산지인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닥친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마하라슈트라주가 향후 몇년 안에 대규모 홍수와 물 부족, 심각한 폭염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년째 설탕 수출 제한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 식품부의 산지브 초프라 장관은 지난 6일 “때아닌 비로 설탕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며 “올해 추가 수출 할당량을 허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호주와 더불어 한국의 주요 원당 수입거래국인 태국도 기상악화 탓에 설탕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원당 생산에 차질을 빚은 최대 생산국 브라질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탕수수를 설탕뿐만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도 쓴다는 점이 변수다. 유가가 오르면서 설탕보다 대체 연료인 에탄올을 만드는 데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도 식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서 2015~2016년 이상기후로 대두, 원당 등 원재료값이 오르면서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원당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제적인 재고 비축과 거래국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원료를 수개월 전에 미리 사두기 때문에 당장 영향이 크진 않다”면서도 “설탕값 상승세가 길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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