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값 1700원 돌파
20주 연속 하락 경유도 상승 반전
유가 상승세 당분간 지속 전망
정부, 유류세 조정 앞두고 고심
지난주 서울 휘발유 가격이 약 5개월 만에 ℓ당 1700원을 넘어섰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한 데다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여파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면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2주(9~13일) 서울 지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10.1원을 기록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5주(1702.18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ℓ당 1631.1원으로 전주보다 30.2원 올랐다. 지난해 12월 말 152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오름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경유도 전주보다 ℓ당 13.5원 오른 1534.3원에 판매됐다. 경유 가격은 지난주까지 20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 이번주 상승세로 전환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상승한 이유는 국제유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두바이유의 지난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85.6달러로, 지난해 11월 셋째 주(87.5달러) 이후 가장 높았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와 남미 국가들이 참여한 오펙 플러스(OPEC+)는 다음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원유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이에 수급 우려가 불거지며 지난 13일 두바이유는 87.36달러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로이터가 지난 1월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446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배럴당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90.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 가격은 85.4달러로 예측됐다. 이들 기관은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중국 주요 도시의 도로 혼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했다. 중국 석유제품 소비에서 운송 연료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데, 운송 연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 산업생산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반등에 성공하는 등 산업 부문에서의 석유제품 수요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올해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가 하루 1586만배럴로 전년보다 71만배럴(4.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해 향후 유가는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은 한국을 포함해 각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최근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져 세계 경제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여당과 협의를 거쳐 유류세 조정안을 발표하는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25%·경유 37%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다. 향후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부족한 세수를 채울 계획이었지만 물가가 요동칠 수 있어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일례로 앞서 정부가 지난 1월1일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 인하 폭을 37%에서 25%로 축소했을 당시 휘발유 가격은 ℓ당 99원 올랐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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