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서 군벌들 간 무력 충돌·교전…민간인 최소 56명 숨져 내전 양상
미·러·EU 모두 “중단” 촉구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 등에서 군벌들 간 무력다툼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019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했던 두 장관이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뒤, 각각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을 이끌고 교전을 벌이면서 수단에는 내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알자지라·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단의사중앙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수단 전역에서 교전으로 민간인이 최소 56명 숨졌다고 밝혔다.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한 부상자는 지금까지 59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새벽부터 시작된 교전은 정부군과 정부군이 반군으로 규정한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이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양측 병력이 집중된 하르툼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교전에는 장갑차, 기관총, 전차가 동원됐다. 정부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하르툼 곳곳의 RSF 기지에 폭격을 가했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왼쪽 사진)과 RSF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오른쪽)는 30년 가까이 독재자로 군림한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2019년 쿠데타로 끌어내린 동지였다. 그러나 이후 수단에서 민주주의는 싹트지 못했다. 군 일인자 부르한과 이인자 다갈로는 2021년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던 과도정부를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섰고 갈등을 키워왔다.
정부군과 RSF는 교전 발발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부르한 장군은 RSF가 먼저 하르툼 남부군을 공격해 교전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옴두르만의 RSF 기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갈로 RSF 사령관은 정부군 측이 먼저 자군 부대를 포위했다며 RSF가 하르툼 전략 기지 등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정부군과 RSF의 이번 교전이 수단의 민주화 열망을 꺾고, 내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2019년 독재정권이 축출된 뒤 군부와 야권이 구성한 주권위원회는 새로운 민주주의 정부 수립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2021년 쿠데타 이후 민주화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 러시아, 유엔,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압둘라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과 성명을 통해 “당사자들이 전제조건 없이 즉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이 긴장을 완화하고 민간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성명을 내고 “회원국들은 당사자들에게 현재 수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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