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번엔 룰라와 의기투합…‘미국 패권’ 균열 내기 계속

최서은 기자 2023. 4. 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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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달러화·기후변화 등 공감대 확인…다자주의 강화 선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협력을 강조하고 미국 유일 패권에 대항하는 다자주의 강화를 선언했다. 중국이 지난달부터 해외 각국의 정상들을 잇따라 자국에 불러들이며 반중 연대를 압박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본격적으로 균열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룰라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1강’ 체제에 맞선 다자주의 강화에 의기투합했다. 교역과 투자, 기후변화, 5세대(5G) 이동통신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양자 협력 강화 문건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또 ‘탈달러화’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은 이와 별도로 기후변화 관련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 노력과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 중 하나이며, 이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공평하고, 번영을 향유하는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14개 항의 중국-브라질 기후변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 책임을 촉구했다. 성명은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지고 2050년 이전 기후 중립을 실현하고, 기후행동 강화 및 기후자금 제공에 솔선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의 발전권과 정책 공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룰라 대통령의 이번 회담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였던 극우 성향의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임 이후 브라질의 국제적 역할 회복을 잘 보여준다고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평가했다.

룰라 대통령의 12∼15일 국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남미 대국 브라질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압박망에 구멍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해외 정상들을 잇따라 초청하며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브라질은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실리를 취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베이징에 방문하기 앞서 상하이에서 지난 룰라 정부 시절 장관 출신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 대통령을 지낸 지우마 호세프의 브릭스 신개발은행(NBD) 총재 취임식에 참석했다. NBD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를 견제하고 세계 금융기구의 재편을 위해 중국과 브라질을 비롯해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이 2015년 상하이에 출범시킨 은행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달러 패권’에 반대하며 ‘탈달러화’를 주장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왜 모든 국가가 무역에서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지 자문한다”며 “누가 달러를 (국제 통용) 화폐로 결정했느냐”고 했다.

또 룰라 대통령은 상하이에 있는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의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국의 네트워크에 스파이웨어를 심는 방법으로 도청을 일삼고 있다며 사용을 금지하는 등 화웨이는 미·중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룰라 대통령의 화웨이 방문은 미국의 일방적인 화웨이 제재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페르난도 하다드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브라질은 미국으로부터 멀어질 생각이 없다”며 “다만 다른 국가들로부터 미래에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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