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농협, 직장 내 괴롭힘·은폐 등 ‘억울한 죽음’ 만든 법 위반만 15건
면박에 킹크랩 심부름 등
다수 상급자의 괴롭힘 확인
신고 이유로 불리한 처분도
결혼 3개월째였던 장수농협 30대 청년 노동자 이모씨가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엔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회사는 자체 조사에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결론이 뒤집혔다. 사측이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되레 이씨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장수농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다수 상급자의 직장내 괴롭힘이 있었고,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노동부는 직장내 괴롭힘을 포함해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지난 1월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했다.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 1월 말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지난해부터 다수의 상급자가 이씨에게 면박성 발언을 하거나 킹크랩을 사오라고 하는 등 사망 직전까지 직장내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 이씨에게만 전례 없이 서면으로 부당한 업무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고인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사측은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하고,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직장내 괴롭힘뿐 아니라 다른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장수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4억원이 넘는 ‘공짜 노동’이 발생했다. 또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총 293회 위반했다”고 밝혔다.
노동부 전주지청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형사입건(6건), 과태료 6700만원 부과 등 법적 조치를 했으며 괴롭힘 행위자 4명에 대해선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공인노무사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 등의 위반을 이유로 사측이 선임한 공인노무사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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