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수렁’이 또 한 청년을 삼켰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피해대책위 “잇단 죽음 막아달라”
전세사기로 20대 청년이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만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 14일 오후 8시쯤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A씨(26)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숨진 A씨와 함께 사는 친구는 외출한 뒤 집으로 돌아와 보니 A씨가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전세사기 피해와 함께 지난 2월 본인이 직접 다른 사고까지 내면서 힘들어 했다고 친구가 진술했다”며 “A씨는 최근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살던 빌라는 최근 경매에 넘어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19년 입주할 때 전세보증금 6800만원에 계약했으나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2200만원을 올려줬다.
경매에 넘어간 A씨 집에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최우선변제금은 34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5600만원은 반환받기 어렵다.
지난 2월에도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자 B씨(38)가 숨졌다. B씨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은행에서도 대출연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떠밀려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는 “더는 못 버티겠다.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다. 이게 계기가 돼서 더 좋은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A씨와 관련해 최근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천 ‘건축왕’의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인천과 경기 등에 아파트와 빌라 등 2700채를 소유한 이른바 ‘건축왕’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161가구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만 3000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세피해대책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 첫 사망자인 B씨의 추모제를 18일 개최하려 했는데 또 희생자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아줄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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