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래퍼 문신 노출하면 왜 심의 받을까
'청소년보호' '품위유지' 등 심의규정 적용
2018년 심의는 전보다 완화, 자문 결과 5:5 나오기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문신 처리에 대한 공론의 장을 제기해봤으면 합니다.”
최근 CJENM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난 2월 CJENM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에 나오는 대목이다. 박천일 시청자위원은 <쇼미더머니11>을 언급하며 “문신에 대한 불편함이 많으리라 본다. 그러다 보니 출연하는 래퍼들의 문신을 가리거나 감추려 애쓴 흔적들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며 “시청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지적했다.
박천일 위원은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전혀 가리는 것 없이 자연스레 방송에 비춰지곤 한다. 심지어 국내 스포츠경기에서도 그렇다”며 “우리도 좀 더 성숙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방송의 문신 표현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쇼미더머니> 제작진과 출연진이 앞서 제기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문신금지 규정' 없지만 '품위유지' '수용수준'으로 심의
이와 관련해 CJENM측은 “아직까지 방송 심의 기준에서 문신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불허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신 노출을 직접 제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방송심의 규정에 '문신'을 규정한 조항은 없다. 하지만 문신이 등장한 방송에는 전반적인 내용과 맥락을 고려해 '품위 유지' ,'수용 수준' 등의 조항을 적용해왔다.
'수용 수준'은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청소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한 정보를 내보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품위유지' 조항은 혐오감·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의 부적절한 노출이나 부각,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금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문신 노출을 규제하지는 않지만 관련 심의 적용 전례가 있기에 방송사 입장에선 규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의 3건, 최근 심의는 자문 받아 신중하게 진행
2011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연자의 문신 노출로 심의 의결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총 3건(중복 포함)으로 나타났다.
2011년 엠넷(Mnet)에 방영된 <비틀즈코드>에서 출연자 이주노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문신을 드러낸 모습이 장시간 노출돼 '권고' 조치를 받았다. '권고'는 법정제재가 아닌 방송사에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조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다. 2014년 엠넷 <네가지쇼>에서 가수 박재범의 팔과 목 등 문신이 지속적으로 노출돼 '권고' 조치를 받았다. 이들 방송이 청소년 시청 시간대에 방영돼 청소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들 심의가 이어지면서 방송가에선 문신 노출을 금지했다.
이후 한동안 관련 심의가 없다가 2018년 7월 문신 노출 관련 마지막 심의가 이뤄졌다. 타투를 콘셉트로 한 현대자동차 광고에 박재범의 문신이 반복적으로 나온 점이 문제가 돼 광고를 내보낸 tvN 등 4개 채널이 '의견제시'를 받았다. '의견제시'는 행정지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심의를 통해 행정지도를 받은 점은 전과 같지만 심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포착된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특위'에 자문을 요청했다. 방통심의위는 필요한 경우 자문을 요청하는 특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당시 특위 자문 결과 '심의규정 위반'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5:5로 나뉘었다. 심의규정 위반 입장을 낸 특위 위원들은 △타투를 과도하게 노출해 불쾌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모방할 위험이 있고 △타투 관련 불법 의료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실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대로 '문제 없음' 의견을 낸 특위 위원들은 △타투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유명인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특위 논의를 바탕으로 방통심의위 방송소위 위원들이 논의한 결과 다수결로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심의위원 5인 중 유일하게 '문제 없음'을 주장한 심영섭 위원은 “문신도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며 “과도하게 문신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광고에서 미학적 요소의 하나로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심의규정 위반을 주장한 위원들도 문신을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가장 수위가 낮은 '의견제시'를 냈다.
문신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변화해 심의가 완화됐다는 점이 드러나지만 마지막 심의 역시 행정지도로 결정됐기에 방송사들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 방송통신심의위 전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조심하고 있는 사안이라 심의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문신을 불편해하는 시청자가 많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 차원에서 조사를 해보는 등 의견수렴을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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