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의혹’에 민주당 다시 흔들…‘대응 수위’ 고민 깊어지는 이재명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2023. 4. 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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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해지자니 ‘단결’ 기조 배치, 두둔하자니 ‘방탄’ 비판
이, 답변 않고 침묵만…일각선 “민심에 따라 대처해야”
참사 기억식에서 만난 여야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대응 수위를 두고 딜레마에 처했다.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히 대응하자니 ‘검찰의 정치탄압 수사에 맞서 당이 하나로 뭉치자’는 기조가 흔들린다. 반면 돈 봉투 의혹을 두둔하면 ‘부패 비호 정당’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이 따라온다. 민주당은 조만간 자체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도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이 윤관석 의원을 압수수색한 지 나흘째인 16일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조만간 돌입하기로 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당이 상황을 심각하고 엄중하게 보고 진상규명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주쯤 당내 기구를 통한 당 차원의 진실 규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자체 조사를 논의 중인 데는 추가 녹취록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 인사들이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일부 의원 명단까지 돌면서 당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당 지도부도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이 대표 수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정치탄압 수사’라고 엄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돈 봉투 의혹 사건에 침묵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영길 전 대표가 자진해서 조사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당 의원 10명 이상이 관련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로서는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히 대처하자니 ‘검찰의 정치탄압에 맞서 당이 하나로 뭉치자’는 기존 태도와 모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압수수색이 벌어진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서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저는 잘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인사들을 두둔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비리 혐의자를 비호했다는 이미지가 당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한 다선 의원은 “검찰이 조만간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람들을 포토라인에 세우고 우리 당을 비리 집단으로 내몰 것”이라며 “여론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관계도 이 대표의 입지를 좁힌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 측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 신승한 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였다. 송 전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 측의 경선 연기 요구를 일축했고, 경선을 중도 포기한 정세균·김두관 후보의 득표를 무효표 처리하면서 이 대표를 결선투표 없이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대선 패배 후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이 대표는 송 전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각각 출마했다. 이 대표가 송 전 대표를 감싼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당 지도부 대처가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 지도부가 빨리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이 대표 본인이 ‘사법 리스크’로 불안정하니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민심에 따라야 하는 지도부가 왜 이번 사태에 며칠째 침묵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은 “자체 진상조사를 해서 문제가 드러난 사람은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돈 봉투 사건은 진위에 상관없이 당 혁신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당명 빼고 모조리 다 바꾸겠다는 결기로 혁신에 성공한다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경종을 울리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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