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9년…“슬픔보단 치유와 회복”
[앵커]
아픈 기억은 잊고 싶기 마련이지만, 9년의 세월 동안,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오히려 잊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슬픔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끌어안고 극복해온 과정들, 이도윤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리포트]
안산에서 온 단원들이 극장으로 들어섭니다.
참사 이후, 가족들의 여정을 다룬 연극을 공연하는 날입니다.
세월호 가족 7명이 직접 배역을 맡습니다.
분장은 능숙해졌지만, 무대는 매번 떨립니다.
["이제 청심환도 안 들어, 어떻게 할 거야."]
농담으로 리허설 분위기를 띄워봅니다.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혀가 지금, 입이 안 풀렸어."]
함께였기에, 한때 잃었던 웃음도 조금씩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경/이영만 어머니 : "(예전엔) '유가족다움'을 요구하는 거에 제가 그렇게 (부응)했었다면 (지금은)저도 웃고 싶을 땐 마음껏 웃고 있는 그대로를 내 모습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은평을 한번 들었다 놔 봅시다. 4.16 가족극단 노란 리본 파이팅!"]
["막둥아~ 밥 먹어~"]
무대 위에서나마, 꿈에서나 만났던 자식을 안아봅니다.
["왜 이제 왔어...보고 싶었잖아."]
막이 예순두 번 내리는 동안, 엄마는 늘 자식과 함께였습니다.
[박유신/정예진 어머니 : "(아이가)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는데 어쩌다 제가 예진이 대신하게 되니까 공연할 때도 우리 아이한테 검증받는다는 심정으로..."]
세월호 참사 생존자, 유가영 씨가 9년 만에 교실을 찾았습니다.
괴로움은 때로 심하게 유 씨를 짓눌렀지만,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유가영/'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저자 : "이게 바로 사회 생활이고 이게 인생이구나 조금 쓴맛도 알아가면서. 스스로 돈도 벌어보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그냥 하다 보니까 이게 사는 거구나..."]
유 씨의 삶 역시 취업을 고민하는 여느 20대 청년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가영/'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저자 :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는 좀 슬프긴 했는데, 아무래도 좀 젊으니까. 이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똑같이 그냥 힘든 일을 겪었을 뿐이고 이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하고 있구나, 이런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지난 9년을 담은 책엔 참사 생존자의 못다한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삶 역시 스스로 지탱하리라는 다짐을 함께 담았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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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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