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대로 추모하고 있습니까”
[앵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에는 슬픔을 나누는 것을 넘어 더 안전한 사회를 향한 약속과 의지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이 문제 의식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추모 공간이 필요할텐데, 여전히 추모할 곳은 마땅치 않은 것이 9주기를 맞은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최혜림 기자가 추모 공간의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황량한 풀밭 위에 벤치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내년 안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생명 안전 공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습니다.
[정부자/4.16 세월호참사 희생자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 : "(안산시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좀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해양수산부는) 사업비를 줬는데 왜 안 하냐 자꾸 그렇게 핑퐁 싸움을 하고 있어서…."]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은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수민/4.16연대 활동가 : "서울시의회 측에서는 이제 나가달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뭐 방한, 보온도 안 되고."]
9년이 지나도록 희생자를 기릴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언제 철거될지 몰라,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이종철/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대표 : "지금 상황에서 솔직한 말씀은 앞이 캄캄합니다. 9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분들 어떻게,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셨는지 생각을 하니까..."]
추모식을 찾은 시민들도, 대형 안전사고를 평소 잊지 않도록 '추모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연흥/경기도 안산시 : "너무 허무하게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김민형/서울시 동작구 :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우리가 어쩌면 추모를 제대로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9년째 바란 '제대로 된 추모' 올해도 이뤄지지 않은 채 또 봄이 찾아왔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서다은/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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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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