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처럼 앞만 보는 오셀로, 나와 닮았죠”
부하에 속아 질투로 무너지는 장군役
갈등·의심하는 입체적 인물로 재해석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
“기존 오셀로와 다르게 보여주고 싶어”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대중에 눈도장
20여년 무명 벗었지만 무대 늘 목말라
“객석 공기 느끼며 연기, 그 맛 못 잊죠”
이 작품은 베네치아(베니스)의 명망 높은 무어인 출신 장군 오셀로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끝내 파멸하는 이야기다. 광기 어린 추악한 욕망과 질투로 추락하는 고결한 사랑을 그려낸다.
박호산은 “미련한 오셀로보다 갈등하고 의심하는 오셀로를 보여주고 싶다”며 “기존 ‘오셀로’ 작품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땐 오셀로라는 인물이 바보 같이 느껴졌어요. 남의 말을 너무 믿기만 하면, 모자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대본에 적힌 오셀로보다 똑똑하게 만들고 싶었죠. (이아고의 말을) 의심하면서 오셀로라는 캐릭터가 단단해지고, 이아고도 더 속이려 하니까 기 싸움을 하며 더 탄탄해지겠다고 생각했죠.”
오셀로와 닮은 점에 대해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모습”이라고 한 그는 오셀로 내면의 갈등에 집중하면서 입체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쟁터만 누비다가 사랑을 처음 해본 그에겐 질투가 새로운 감정이라 혼란스러웠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지듯 이 사람(오셀로)이 무너지는 이유도 누구의 계략이 아니라 자기 탓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박호산은 1996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한 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인기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생기기 전까지 길고 힘든 무명 생활을 겪었지만 그 경험이 소중한 밑천이 됐다고 한다. 현재도 전미도·이석준·이창훈·최덕문 등이 함께 활동한 극단 맨씨어터에 소속돼 있다. 드라마·영화 출연이 잦아도 무대에 서는 시간을 꼭 내는 이유도 무대를 향한 목마름 때문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 드라마가 작가의 예술이라면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죠. 무대 위에 선 배우가 느끼는 그날 그 객석의 공기는 작가와 연출가는 절대 예상할 수 없어요. 배우는 그걸 느끼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대사를 하게 되죠. 이런 무대의 맛을 보고 나서 잘 짜인 매체 연기를 하다 보면 갈증이 나요. 무대에서 뛰고 싶죠.”
박호산은 “공연은 제작진과 배우가 한 팀으로 생각을 공유하며 계속 다듬어 나간다. 다른 매체를 해도 ‘공연 밥’을 먹어야 작품 전체를 보는 힘이 길러진다”며 “연출·작가·제작자·배우 등 ‘선수’들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이들을 만족시킨다면 일반 관객도 실망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셀로 역은 박호산과 유태웅이 번갈아 한다. 이아고 역은 손상규, 데스데모나 역은 이설, 이아고 부인 에밀리아 역은 이자람, 원로원 의원이자 데스데모나 아버지 브라반티오 역은 이호재가 각각 맡는다. 공연은 오는 6월4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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