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피해자 잇단 죽음, 근본대책 서둘러라

기자 2023. 4. 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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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서 ‘빌라왕’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20대 청년이 지난 14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전세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가 생을 마감했다. 슬프고 안타깝다.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전세사기는 개인의 부주의나 과실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20년 8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가 됐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고, 공인중개사들의 불법 행위에도 무신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악덕 업자들의 전세보증 사고 증가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사전에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로 인한 은행들의 ‘리스크’가 보증기관에 일방적으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대출 브로커 감독도 소홀했다. 근본적으로는 집값 급등과 급락을 야기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들의 죽음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빚은 사회적 타살인 셈이다.

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미추홀구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3000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161가구의 전세금 12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는 빌라왕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많은 세입자들이 불안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부실하고 무성의하다. 정부는 지난 3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세대출 만기 연장과 사기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이번 죽음에서 드러나듯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자와 깡통전세 규모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 세입자가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당했다면 수사기관이 적극 나서 불법 여부를 수사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우선 구제한 뒤 피의자나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빌라왕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은 피해자들이 흩어져 있어 공동 대응이 어려우므로 한국자산관리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개별 채권을 사들인 뒤 우선매수권과 경매신청권 등을 행사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 전세사기를 당한 뒤 스스로를 책망하고 국가를 원망하며 삶을 포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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