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전비서관에 김건희 여사 측근, 제대로 공사 구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김승희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석연찮은 이유로 국가안보실장·외교비서관·의전비서관이 줄줄이 물러난 뒤 김건희 여사 측근을 의전비서관에 발탁한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대외 행사를 관리하는 의전비서관을 대통령 부인과 사적 인연이 있는 인사가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비서관은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 출신으로, 대선캠프 홍보기획단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 취임 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됐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 능력을 인정했다고 하지만 김 여사와의 인연을 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김 비서관은 2009년 김 여사와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했다. 김 비서관은 김 여사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들어갔고, 제2부속실이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 일정을 주도적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비서관 임명으로 의전비서관실이 제2부속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대통령실은 의전비서관이 공석인 채로 오는 26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행사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김성한 전 안보실장 순으로 사퇴했다. 미국 측이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합동 문화 공연을 제안했는데 이들이 뭉개 경질됐다거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대통령실은 이들 사퇴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더니, 김 여사 측근을 의전비서관에 앉혀 후속 인선을 마무리했다.
외교는 의전으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작은 실수도 국격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정부에서 외교 프로토콜을 이해·조율하는 의전비서관에 외교관 출신 고위공직자를 주로 발탁한 것도 그 자리의 무게 때문이다. 현재 윤 대통령이 처한 외교적 상황이 엄중하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대통령실을 도청한 미국을 무작정 감싸면서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외교의 내용과 형식 모두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부인의 측근이자 이벤트 전문가에게 의전을 총괄토록 했으니 적재적소 인사인지 묻게 된다. 대통령 부부 의전에 공과 사를 혼동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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