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가 9년째 묻는다. 이 사회는 안전한가

기자 2023. 4. 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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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주최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 304명이 희생자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기억합창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참사를 기억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참사가 일어난 진도 바다로 나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넋을 기렸다.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 신항과 참사 아픔이 간직된 진도 팽목항, 일반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인천가족공원에서도 추모·기억식이 열렸다.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단원고 학생·교사 등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노란 띠에 적은 기억합창 행사도 펼쳐졌다. 서울·제주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시민 참여가 잇따랐다. 전국이 노란 리본 물결로 뒤덮인 것은 세월호를 간절히 기억하고,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9년이 지났어도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3년6개월에 걸쳐 세월호 참사를 조사했으나 침몰의 직접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채 활동을 마쳤다. 국민의힘 반대로 실효적 조사권을 갖지 못한 근본적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 또 참사 당시 구조 책임을 방기한 해경 지휘부, 수사를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한 책임자들이 모두 법망에서 빠져나간 것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는 진상 규명도, 국가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없다면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음을 일깨워 준다. 지난해 10월 시민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도 그 아픔과 분노를 반복하고 있다. 안전을 소홀히 한 불감증이 일선 경찰·지자체부터 속출하고 국가의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남 탓만 하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시민 안전보다 개인과 정권의 안위를 앞세우는 오만과 안전불감증 탓이다. 참으로 후진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혼잡 문제를 방치하다 호흡곤란 승객들이 발생하고 나서야 임시조치뿐인 대책을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세월호가 9년째 묻고 있다. 정부는 답해야 한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가 안전시스템을 바로 세울 방안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게 실천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민안전의날 기념식에서 “세월호 참사 비극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도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빈말이 되어선 안 된다. 지금도 유가족에게 자행되는 2차 가해행위부터 막아야 한다. 참사 책임을 엄정히 규명하고 확고한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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