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을 지뢰로 착각 마세요”…‘폭약 분자’에 반응하는 고효율 탐지기 등장
자기공명센서로 엉뚱한 금속 걸러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비인도적 무기인 ‘지뢰’를 제거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현재처럼 지뢰의 몸체를 구성하는 금속을 잡아내는 게 아니라 지뢰 안에 들어가 있는 폭약을 탐지하는 게 핵심이다. 땅속에 묻힌 깡통 같은 엉뚱한 금속성 물질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 탐지 효율이 올라간다. 병원에서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원리가 이용됐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최근 MRI의 원리를 이용해 지뢰를 효과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CSIRO에 따르면 지뢰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1억개 이상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뢰는 적의 활동 범위를 축소하고 아군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사용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죄 없는 지역주민을 공격한다. 분쟁 이후 자신이 살던 고장에 남은 주민들은 지뢰가 어디에 묻혔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길거리를 걷다가 지뢰를 밟아 죽거나 다치는 일을 겪는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사상자가 전 세계에서 매년 6500명 이상이다.
현재는 지뢰를 찾기 위해 주로 금속 탐지기를 사용한다. 많은 지뢰에 금속이 쓰였다는 점에 착안한 결과다. 하지만 땅속에는 깡통 같은 엉뚱한 금속들도 많이 묻혀 있다. 게다가 지뢰 가운데에는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 금속 탐지기로 지뢰를 잡아내는 건 효율이 떨어지고 구멍도 많다는 얘기다.
CSIRO 연구진은 MRI의 원리를 이용했다. MRI는 물에 들어 있는 수소 분자가 자기장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바꾸는 장비다. 기본적으로 특정 물질의 분자구조를 알아내는 데 집중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몸 깊숙한 곳에 있는 병의 위치와 속성을 파악한다.
연구진은 여기에 착안해 지뢰에 들어가는 폭발물의 분자 신호에 특이하게 반응하는 자기공명 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쓰면 폭발물을 품은 채 땅속에 묻힌 지뢰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폭약만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지면 위에서 찾는 기술을 고안한 셈이다.
CSIRO는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지뢰는 주민들이 집과 병원, 학교에 안전하게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며 “이번 기술로 지뢰 제거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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