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영화보고 이해 안된다는 아내에게 딸이 꼰대라고 해" [인터뷰M]

세상에 없던 영화를 향한 도전의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이원석 감독을 만났다.

2013년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전설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이원석 감독은 2023년, 코믹, 로맨스, 서스펜스, 드라마까지 한 번에 다 버무린 무어라 단정 짓기 어려운 새로운 영화 '킬링 로맨스'를 관객에게 내놓으며 실험대에 올랐다.

이원석 감독은 "솔직히 처음부터 대본을 받을 때부터 호불호가 갈릴 거라는 걸 예측했다."라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할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누구건 아주 많이 좋아하거나 아니면 싫어할 거라 생각했었다. 배우들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을 선택해 준 배우들이 너무 고마웠다."라면서 "영화 시사회를 하고 난 다음 날 아내와 딸이 영화 때문에 싸웠다. 딸은 고등학생인데 딸은 재미있게 봤다고 하고 아내는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해서 딸이 엄마에게 꼰대라고 하는 바람에 싸운 것. 이걸 보면서 저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다 생각했다."라며 가족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원석 감독은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서로 물고 뜯는.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해 떠드는 재미가 없어졌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며 어떤 방향이건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게 되는 건 긍정적인 반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작에 이어 무려 9년 만의 작품이었다. 이원석 감독은 "그동안 계속 뭘 계약하고 준비하고 어그러지고, 계약하고 준비하고 어그러지며 시간을 보냈다. 준비한 게 많았는데 안 풀리는 것도 많았다. 중국에도 갔었는데 사드 때문에 돌아오고, 이후에도 평범하지 않은 대본들에만 빠져있다 보니 제작까지 연결이 쉽지 않았다."라며 9년간의 근황을 밝혔다.

아무래도 입봉작이 독특한 코미디 '남자사용설명서'였다 보니 이원석 감독에게 들어오는 제안들은 모두 더 독특했다고. 그는 "너무 매력적인 대본이었는데도 깔끔하고 안정되고 재미있었다. 코미디를 하기엔 역설적인 이야기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이 되었다."라며 그동안 받았던 난해한 대본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뷰티 인사이드'를 쓴 박정예 작가의 글을 칭찬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잔망스러운 제스처와 숨김없는 솔직한 화법으로 좌중을 웃음으로 채우는 이원석 감독이기에 코미디 영화로 연결이 되는 '남자사용설명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영화는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라 생각했고 '킬링 로맨스'는 더 큰 이야기다."라며 기존 작품에 비해 훨씬 더 넓은 의미의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며 "저는 이번 작품이 나름 상업적인 선택이라 생각했다. 뭔가 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작품이다. 코미디적인 관점에서 점수를 매길 때, 1점이 극병맛이고 10점이 대중적인 편안한 웃음이라면 '남자사용설명서'는 3~4점 정도고 '킬링 로맨스'는 5~7점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촬영한 분량 중에는 1에 해당되는 장면도 꽤 많은데 후반작업에서 1에 해당되는 장면을 빼느라 힘들었다. 관계자들이 봤을 때 난해하겠다 싶어서 뺐지만 사실 저는 1에 해당되는 장면들을 너무 좋아하고 제 관점에서는 너무 웃기다."라며 개인적인 기준점을 설명했다.

이원석 감독에게 '킬링 로맨스'는 정말 신기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작자부터 배우들, 스태프들까지 모두 처음부터 한배를 탄 느낌이었다. 뭘 하자고 해도 '이거 밖에 안 갈 거야? 더 가야지?'라며 누구 하나 빼지 않고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과는 '나중에 이 작품 때문에 이민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해 보자'라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라며 각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옛날 미국에서 공부할 때 금요일마다 사람들이 이상한 옷을 입고 핫팬츠를 입고 극장 앞에서 줄 서 있는 걸 봤었다. 뭐 하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2주에 한번씩 '로키 호러 픽처 쇼'를 상영하는 날이어서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거라고 하더라. 사람들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빽빽하게 극장에서 모여 떼창을 부르며 영화를 보더라. 저는 이 영화가 그런 영화가 되면 좋겠다."라며 이 영화를 만들며 관객들이 떼창을 하며 극장에서의 관람을 즐기기를 소원했다며 바램을 드러냈다.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 '킬링 로맨스'는 4월 14일 개봉해 현재 절찬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