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9주기, 무엇이 바뀌었나…4시 16분 열린 '시민 기억식'

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2023. 4.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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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9주기 기억식…전국 각지서 이어진 '잊지 않겠단 약속'
서울시의회, 세월호 기억공간에 "부지 사용 기간 끝나…나가라"
서울시, 이태원참사 유족과 대화 중단 선언…변상금 부과
추모공간 두고 갈등 반복…"온전한 희생자 추모공간 필요"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기억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세월호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노란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16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공간'에서도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애도와 치유의 미래 위해…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필요"


기억식에서 4·16연대 이경희 활동가는 "9년 전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우리는 생방송으로 304명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구조해야 할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책임져야 할 국가는 9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또다시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4·16연대 이수민 활동가는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이고 9년이 흘러 20대 중반이 돼 기억공간을 지키고 있다"며 "9년 뒤 기억공간을 방문했던 어린 친구들이 다시 사회에 나간 2032년의 세상은 피해자와 시민들이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대신 상실에 대한 제대로 된 애도와 치유를 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기억식에 참가한 서울시의회 이민옥 의원은 "지난 9년간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대책을 촉구해 온 것은 단순히 과거를 잊지 말자는 부탁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이런 희생이 없도록 미래를 바꿔야 한다는 그래서 더 이상 잃어버릴 미래가 없도록 하자는 반성이자 호소였고 다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자리 맞은편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우리의 젊은 미래들, 영정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그 환한 모습을 보며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며 "왜 이 비극이 반복돼야 하는 것인지, 왜 우리가 또 기억하자고 말을 꺼낼 수밖에 없는지 답답하고 속상하고 화도 난다"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와 제대로 된 재발 방지대책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기억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참사 당일 기록과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공간을 둘러보며 흰 국화를 헌화하고 추모했다.

기억공간을 찾은 홍다혜(21)씨는 "저도 (세월호 참사) 당시에 수학여행을 갔던 연령대이고 제 친구의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참사를) 기억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홍씨는 세월호 참사 추모 관련 "그만하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데 '그만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조금 의문이기도 하고 유가족들 앞에서는 못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오후 4시쯤 기억공간 앞에 추모객이 모이기 시작하자 길을 지나던 한 중년 남성이 시민들을 향해 "놀러 가서 그렇게 됐는데 무슨 추모냐" 등 고함을 치며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던 홍씨는 "누구나 외출했을 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거고, 누가 거기서 사고 일어날 걸 알고 찾아가진 않으니까 '놀러 가서 죽었는데 무슨 추모냐' 같은 말을 하는 게 속상하다"며 "저는 교회를 다니는데 조금 더 사랑으로 품어주고 서로 위로해주면 좋겠다. 서로 정치적인 이유로 큰소리를 내기보다는 위로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나란히 철거 위기…"정부, 사회적 합의부터 노력해야"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기억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광화문 광장 재조성 사업으로 지난 2021년 서울시의회 앞 16㎡ 넓이의 가설 건물로 옮겨온 세월호 기억공간은 또다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7월로 부지 사용 기간이 끝났다며 자진 철거를 권고하고 지난해 말부터는 무단 점유 변상금도 부과했기 때문이다.

8년의 시차를 두고 세워진, 길 건너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족과 대화 중단을 선언한 서울시가 변상금 약 2890만원을 통보하고 강제철거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6세 아이를 안고 기억공간에 방문한 서울시민 이근수(47)씨는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나왔다"며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들을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정부 등이) 부모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면 어떨까"라며 씁쓸해했다.

또 기억공간 철거 위기에 대해서 이씨는 "정부가 시민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집행하는 과정은 결국 그 정부가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이 어딘가를 볼 수 있는데, 만약에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참사)은 또다시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사회나 아니면 정부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사람'에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씨는 "이런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기억식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세월호 참사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경기 안산 등지의 기억공간을 찾았다는 경기도민 김재환(30)씨는 "9년이 됐는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기억해야 한다는 걸 공감하고 (기억공간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 잊으면 안 되는 시기라는 방증"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왜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추모공간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얘기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더 기억하자고 (이곳에)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의 자진 철거 권고에 관해서 김씨는 "자꾸 철거하라면서 법을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합의로 풀어가면 어떨까 싶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오전 11시에는 인천가족공원에서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식이 열렸고,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선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억식이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는 참사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 여야 지도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억, 약속, 책임'이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304명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추모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4·16재단에서 운영하는 '4·16 세월호참사 온라인 기억관'에 방문해 "당시의 무력감을 기억한다", "그날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등 연대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으로 9만9968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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