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엠폭스’?… 비슷한 듯 다른 ‘수두’ ‘대상포진’ ‘농가진’

권대익 2023. 4. 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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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제공한 엠폭스 이미지. 투과 전자 현미경으로 감염된 세포(파란색) 내 엠폭스 입자(빨간색)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잠잠하던 ‘엠폭스(원숭이두창ㆍmonkeypox)’가 최근 1주일 새 5명이 새로 확진돼 확진자가 10명으로 늘면서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9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엠폭스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그러나 엠폭스는 직접 접촉으로 감염되므로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확진자가 대량 발생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엠폭스, 지역사회 전파 우려

엠폭스는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 오염된 침구 또는 성관계·키스 등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걸린다. 감염된 모체에서 태아로 수직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0 바이러스와 달리 비말(飛沫)로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치명률은 전 세계적으로 1.3%로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높다. 엠폭스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기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엠폭스 증상은 발열, 오한, 림프절 부종, 피로, 근육통 및 요통, 두통, 호흡기 증상(인후통, 코막힘, 기침 등) 등이고 보통 1~4일 후에 발진 증상이 나타난다. 전염력은 3~5일에 강하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발진이 얼굴과 손, 발, 가슴은 물론 특정 부위(항문생식기)에 발진 수가 5개 미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항문 궤양, 구강 점막 궤양, 항문 직장 통증, 안구 통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발진은 대체로 반점부터 시작해 반점→구진→수포(물집)→농포(고름)→가피(딱지)로 진행된다. 초기에는 뾰루지나 물집처럼 보일 수 있으며, 통증과 가려움증 동반하기도 한다. 발진은 수두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기에 외형만 보고 수두, 대상포진, 농가진 등 다른 수포성 질환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성인형 수두, 합병증 발생률 높아 사망하기도

수두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에 의한 급성 감염 질환이다. 피부 병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비말(飛沫) 등 호흡기 분비물이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잠복기(10~21일)를 거친 후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얼굴ㆍ팔ㆍ다리 등 온몸에 퍼진다. 1~2일이 지나면 붉은 발진이 염증성 물집(수포)으로 모습을 바꾼다. 이때부터 피부 병변에 전염력이 생기므로 격리해야 한다.

병변이 모두 딱지로 변하면서 자연히 치유된다. 성인의 경우 발열 및 전신 증상이 어린이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합병증 빈도도 높다. 또한 임신 초기에 감염되면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되는 질환이다.

박경찬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두는 공기 중 강한 전파력을 지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며 “면역력이 낮으면 뇌수막염,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사망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상포진, 방치하면 실명할 수도

수두를 앓은 사람도 방심하면 안 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 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돼 피부 발진뿐 아니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특정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피곤함, 발열, 몸살 등 전조 증상을 보이다가 흉부ㆍ허리 등 몸통 한쪽 부위에 가려움증ㆍ통증을 동반한 띠 모양 붉은 발진이나 수포가 생긴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하면 항바이러스제 같은 간단한 치료만으로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이나 청신경,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안면마비ㆍ이명ㆍ뇌수막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눈 주위에 발생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치료 후에도 바늘로 찌르는 느낌, 불에 타는 느낌, 만성통증 등 극심한 통증(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지속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형균 의정부을지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세포가 손상되므로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신경 분포를 따라 다양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하면 만성적으로 통증이 지속되므로 발병 초기에 약물 요법, 신경 차단 요법(신경 치료) 등 다양한 치료로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농가진, 항생제 연고 임의로 바르면 증상 악화

무더운 여름철에 걸리기 쉬운 ‘농가진’은 전신에 분포하는 모양이 엠폭스와 흡사하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박테리아 감염성 피부 질환으로, 어린이와 영ㆍ유아에게 쉽게 전염된다. 세균이 감염돼 발생하는데, 무력증ㆍ발열ㆍ설사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농가진은 주로 6세 미만 어린이에게 발생한다. 발열ㆍ설사를 동반한 크고 작은 물집이 전신 곳곳에 퍼지는데, 이때 두꺼운 딱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패혈증이나 폐렴, 뇌수막염이 동반될 경우 사망할 위험도 있으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농가진은 주로 진물 접촉으로 전파되는데 코ㆍ입 주위, 팔, 다리에 작은 물집이나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물집이 터지면서 두꺼운 딱지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림프절이 붓거나 발열, 인후통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박경찬 교수는 “농가진은 두창ㆍ수두 등과 원인 및 감염 경로는 전혀 다르지만 수포 등 피부 병변 형태가 비슷한 편”이라며 “집에서 보관하는 일반 항생제 연고를 임의로 바르면 내성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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