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경남 습지들 <상> 자생식물 자취 감추고, 도시화 수원 고갈로 습지 말라붙어

김성룡 2023. 4. 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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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경남의 습지들은 2008년 세계습지총회(람사르총회)때와는 달리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현재 습지의 상태는 '희귀동식물의 보고'라는 옛 명성과는 달리 생태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채기가 난 상태였다.

경남도 지정 우수습지 2호인 질날늪(17만3064㎡)도 육지화로 인해 식물상이 단순해지고, 가장자리는 아름드리 버드나무 군락 등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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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지가 돼버린 습지

- 천연기념물인 함안 대평늪
- 육지화 심각·수질오염 우려도
- 희귀 자생식물 가시연꽃 급감
- 질날늪도 식물상에 큰 변화

# 생태계 이상변화

- 한국 대표 습지 창녕 우포늪
- 치어 이유 모를 떼죽음 빈발
- 주남저수지 철새 개체수 감소
- “대산면 등 주변지역 개발 원인”

16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경남의 습지들은 2008년 세계습지총회(람사르총회)때와는 달리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 습지총회를 유치했다. 현재 습지의 상태는 ‘희귀동식물의 보고’라는 옛 명성과는 달리 생태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채기가 난 상태였다.

경남도 지정 우수습지 2호인 함안 질날늪의 내부에 물길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희귀식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에 쓰레기 등이 버려져 있는 모습. 박동필 김용구 기자


▮육지화로 기능 상실·외래 식물 점령

최근 방문한 천연기념물 제346호 경남 함안 대평늪은 습지 내부의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육지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3만3000㎡에 달하는 대평늪의 육지화는 문현마을 앞쪽이 특히 심한데, 버드나무와 찔레군락으로 뒤덮여 숲인지 습지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마을에서 샛강이 습지쪽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고, 수질이 오염되면 습지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평늪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가시연꽃 등 희귀식물이 자생했는데 수년 전 일반 연꽃이 침범하면서 자리를 내주고 있다. 군은 매년 외래식물 제거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올해 예산은 1900만 원에 그쳤다. 군 관계자는 “습지 외래식물 퇴치 등을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하는데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밝혔다. 수년 전 산 아래에 설치한 폭 3m의 황톳길은 시멘트길처럼 포장돼 산과 습지를 단절시키고 있다. 경남도 지정 우수습지 2호인 질날늪(17만3064㎡)도 육지화로 인해 식물상이 단순해지고, 가장자리는 아름드리 버드나무 군락 등으로 인해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김해 화포천습지도 지구온난화와 인근 공장지대 확대로 수원이 고갈되면서 습지의 육지화로 이어지고 있다. 생태학습장 주변에는 키큰 아카시아와 아름드리 버드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쉽게 베어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습지에 물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 중이다. 상류쪽에 흘러들어 오는 하천이나 샛강 등을 일일히 파악하며 습지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습지 건강성 해치는 환경변화들

경남 창녕 우포늪도 토평천 상류에서 토사가 흘러들어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포늪은 우포 사지포 쪽지벌 등 5개 습지로 돼 있으며, 본늪인 우포늪의 가시연꽃 개체수는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이곳은 2021년부터 3차례 각종 치어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물위로 떠올랐다. 습지관리청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5월부터 전문기관에 의뢰해 원인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은 “예전에는 2, 3년 주기로 장마철에 낙동강이 우포늪으로 범람하면서 거름기를 공급하고 바닥찌꺼기를 뒤집는 자연순환 장치가 가동됐었다”며 “아직 물고기 폐사 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보가 생긴 뒤 범람이 사라진 것도 늪 생태계 변화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이면 철새 3만여 마리가 찾아 국내 최대 내륙 철새도래지로 꼽히는 주남저수지도 변화를 맞고 있다. 저수지 수심이 20m 아래로 머물면서 흰쭉지 쇠오리 알락오리 등의 개체수가 90%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한 지역 환경운동가에 따르면, 희귀철새인 재두루미가 평소 900마리 정도에서 올해는 2000마리 이상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덮친 조류독감 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생물종다양성 복원 회사인 BTRS의 김태좌 (생물학박사)대표는 “평소 주남저수지의 철새 생태계를 모니터링 하는데 북면, 대산면과 김해 진영읍 등 주변지역이 도시화되면서 철새 먹이터 역할을 하는 농경지가 감소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행정당국의 습지 실태조사와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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