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폭력은 즐거운 추억이 아니다
간혹 유튜브나 SNS에 보면 끔찍한 동영상들이 떠 있다. 10대로 보이는 앳된 학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무차별 폭행당하는 영상이다. 가해자들 역시 10대로 보였는데, 이들의 폭행 수위는 참혹했다. 번갈아 가며 피해자를 때렸고, 불붙은 담배를 피해자에게 가져다 지지기도 했다. 폭력으로 얼룩진 시절은 결코 아름답거나 즐거운 추억이 아니다. 결코 한때의 낭만이 될 수 없다.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끊이지 않는 학교폭력, 절차 따지며 시간을 끈 ‘학폭 소송’, 정모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건은 피해자를 지킬 ‘절차’는 사실 없었다. 특히 집행정지는 주로 학급 교체, 강제전학, 퇴학 등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가 요구되는 처분에서 많이 이뤄지지만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하는 피해 학생의 고통이 더 커진다.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거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것, 그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가해 학생의 법적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에게도 교육을 받을 권리, 부당한 이유로 전학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 이를 박탈하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게 필수적이지만 피해 학생은 또 다른 가해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가해 학생과 분리하거나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가 늘어야 한다. 학폭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학교 부적응자들의 하소연쯤으로 들릴 수 있다.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피해자를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원인도 모른 채 폭력을 당하고, 집단따돌림을 당하면서 혼자라고 느껴질 때의 그 참담함을 무시하거나 외면해선 안 된다. 그런 자신이 싫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학교를 등진 청소년들이 겪는 일들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어느 신문에서 보니 따돌림을 피하고자 학교를 그만둔 A양(18)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학교에서 쫓겨난 문제아로 낙인 찍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부적응자’로 취급 당하며 학업을 중단하는 경기도내 청소년 수가 매년 1만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더는 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소년의 권리인 교육적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청과 학부모,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동반자로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정작 주변이나 당사자가 문제가 생길 때 학폭 피해자라고 바로 신고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아이들끼리의 문제라며 덮으려 하기보단 바로 신고하는 행위가 올바르고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인식 조성이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감지하고 예방하는 시스템, 지역마다 학교폭력예방기구나 캠페인도 필수다.
폭력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당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케어시스템 구축이 안전한 미래를 열 수 있다. 아울러 학교폭력에 대한 집단상담과 특강교육, 캠페인 활동 및 유해업소 단속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학교폭력 예방과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어른들이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먼저 학교폭력 없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 권리 증진 및 보호 활동 강화 등 청소년 중심의 안전한 문화 조성에 앞장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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