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좋은 선례” 의연한 홍명보 감독, 개막 7연승 좌절에도 상대 칭찬
20년 만의 개막 7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서 날린 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홀가분한 미소에는 상대에 대한 인정과 함께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경기를 선보였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사령탑인 홍명보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홍 감독은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7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 원정 경기에서 1-2로 패배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양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다. 이런 경기가 궁극적으로 K리그의 지향점이 아니겠느냐”되물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선두 울산은 개막 6연승을 달리다가 첫 패배를 떠안았다. 울산이 이날도 승리했다면 수원 삼성(1998년)과 성남 일화(2003년·현 성남FC)만 달성한 개막 7연승 타이를 세울 수 있었다. 두 팀 모두 그해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 만 했다.
울산이 대전의 승격팀 돌풍을 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전반 9분 이진현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꼬였다. 다행히 9분 만에 루빅손이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전반 막바지 이현식에게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울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선수들을 질책하기는커녕 위로하느라 바빴다. 그는 “오늘 패배를 선수들에게 문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오늘 우리는 나름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변한 게 없다. 대전이 아주 잘했고, 우리도 졌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패배에도 울산 선수들을 위로하고 대전을 인정한 것은 K리그에서 보기 드문 경기가 나온 영향이 강했다. 승격팀은 수비 축구라는 선입견과 달리 대전이 쉼없이 맞불을 놓는 축구를 펼쳤기에 가능했다. 어느 한 쪽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명승부의 향연이었다.
홍 감독은 “템포도 빨랐고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돌아보면서 “이런 경기를 매주한다면 20경기 뛰고 힘들어서 못 뛴다. K리그가 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경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팀 만나면 내려서고, 역습하는 축구와 다르다. 대전은 앞으로 K리그 다른 팀들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아쉽게 기록을 놓친 울산은 이제 숙명의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를 만난다. 두 팀의 ‘동해안 더비’는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포항이 올해 개막 7경기에서 4승3무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울산이 포항에도 패배한다면 순위도 바뀔 수 있다. 홍 감독은 “아직 포항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그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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