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반란 … 박상현 잡은 고군택, 메이저퀸 꺾은 이주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4. 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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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택이 16일 열린 KPGA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챔피언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KPGA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올해 첫 우승을 차지하겠다던 고군택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3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값진 결실을 맺었다.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은 뒤 오른손을 불끈 쥔 고군택은 "올 시즌 첫 대회에서 그토록 바라던 우승컵을 품에 안게 돼 행복하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고군택은 16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적어낸 고군택은 단독 2위 박상현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코리안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그는 우승 상금으로 1억4000만원을 받았다.

고군택과 함께 개막전 우승을 놓고 챔피언 조에서 격돌한 건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과 통산 5승 서요섭이다.

박상현과 서요섭이 그동안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만큼 고군택의 우승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고군택은 이름값이 높은 두 선수 사이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를 몰아치며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이날 플레이 중 백미는 파5 15번홀 버디다. 고군택은 박상현, 서요섭과 다르게 투온이 아닌 세 번째 샷으로 핀을 공략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승부수는 적중했다. 고군택은 세 번째 샷을 홀 약 2.5m 거리에 붙인 뒤 우승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값진 버디를 잡아냈다 . 박상현과 서요섭은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냈지만 어프로치 실수로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고군택은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투어를 이끌어갈 특급 선수 반열에 오르게 됐다. 고군택은 "꾸준하면서 강력한 한 방까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승과 제네시스 대상, 상금왕 등도 노려보겠다"며 "언제나 내 편이 돼 도움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조금이나마 효도를 하게 돼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박상현은 생애 첫 타이틀 방어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16번홀까지 공동 선두에 자리했던 박상현은 17번홀에서 뼈아픈 보기를 범하며 18언더파 270타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단독 3위에는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서요섭이 자리했고 김동민이 14언더파 274타 단독 4위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코리안투어 신인상 수상자인 배용준은 13언더파 275타 단독 5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주미가 16일 열린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KLPGA 우승을 확정한 순간 양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KLPGA

골프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찾는 것까지 고려했던 이주미(28)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48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이주미는 우승상금 1억8000만원과 함께 KLPGA 투어 2년 출전권을 받게 된 감격을 양팔을 번쩍 드는 세리머니로 표현했다.

이주미는 16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이주미는 단독 2위 박현경(23)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15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주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최고 성적이 2021년 대보 하우스디 오픈 5위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이주미는 KLPGA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박현경과 김수지(27), 박민지(25), 박지영(27) 등을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가져갔다. 그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며 받은 상금은 지난 시즌 번 상금(1억5546만원)보다 약 2454만원 많다. 또 이주미는 2년간 출전권 걱정 없이 KLPGA 투어를 누비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결과는 2타 차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4위로 이날 경기를 나선 이주미는 6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8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이주미는 후반에 무섭게 타수를 줄였다. 13번홀 버디로 우승 경쟁에 합류한 이주미는 17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가 됐다. 마무리도 완벽했다.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주미는 경기가 끝난 뒤 "우승했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우승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난다"며 "부모님께서 골프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셨는데 이번 우승으로 힘든 시절을 보상받은 것 같다. KLPGA 투어를 누빌 수 있는 시간이 2년이나 더 생긴 만큼 새로운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승상금은 새로운 집을 구하는 데 사용할 것 같다. 정말 행복한 고민"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현경이 10언더파 278타로 단독 2위, 김수지와 이가영, 박민지, 김민별 등이 9언더파 279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박지영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8위를 쓰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유소연(33)은 1언더파 287타로 공동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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