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관건은 실물 경제… 수출·투자 증대가 답이다
역성장 우려에 금리 인상 부담
한은 기준금리 두차례 연속 동결
판로는 수출과 투자 활성화에…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이 딱 들어맞진 않는다. 그래도 증권시장은 물론 기업과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이에 주목하는 것은 미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예측기관들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곳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꼽힌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급전을 제공했던 IMF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수정했다. 직전 1월말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췄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에 따른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이 겹쳐 한국 경제가 더 위축될 것으로 봤다.
IMF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3개월 주기로 4연속 미끄럼을 탔다. 주요 10개국 중 4연속 하락 전망은 한국뿐이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전망치(2.9%)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은 더 어둡다. 8개 투자은행들이 지난 3월 말 제시한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1%. 6개 투자은행이 1%대로 내다본 반면 0%대 및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對중국 수출이 위축된 영향이 한국에 집중된 결과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한국은행은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연 3.5%로 두차례 연속 동결했다.
역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0.4%)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다 올해 1분기 반등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부가 기대해온 국내 경기의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이 흔들리고 있다. 한은도 지난 2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1.6%)를 하향 조정할 움직임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최근 1년 사이 가장 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4%대로 높은 편이다. 그래도 현시점에선 물가 안정보다 경기 침체, 금융 불안에 대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7개월째 이어진 연 3%대 기준금리는 경제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짧은 기간에 급등한 금리로 인해 국내 제조업체의 66%가 적자 상태에 빠졌거나 손익분기선상에 놓여 있다. 1020조원 빚을 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증하는 등 금융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한은의 연속적인 금리동결 결정으로 당분간 현 기준금리가 최종 금리로 굳어질지 주목된다. 시장 일각에선 그간의 금리인상 기조가 끝난 것으로 보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종착점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다.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3월 정책금리를 연 4.75~5.0%로 0.25%포인트 올림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50%포인트 낮은 상태다. 이같은 차이도 이미 2000년 이후 가장 큰 금리역전폭이다.
5월 연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
물가 동향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산유국들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해졌다. 전기·가스 요금 등 국내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도 도사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고 밝힌 배경이다.
최근 주요국 통화가치가 모두 상승하는데도 원화는 유독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 기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올해 3월까지 13개월째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올해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환율 안정에는 수출에서 흑자를 내면서 보유하는 달러가 많은 대기업들의 힘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반도체 쇼크로 1분기에 삼성전자가 간신히 이익을 냈고, SK하이닉스는 적자설이 나돌았다. 자동차업종을 제외한 다수 기업에서 달러화 보유가 바닥나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에 처한 경제의 활로는 결국 수출 및 투자 증대에서 찾아야 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2차전지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기술력 확보가 긴요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 대중국 수출의 급격한 위축과 적자 누적을 차단하는 외교 전략도 요구된다. 정부가 낡은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고, 기업들은 서비스산업 혁신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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