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낙농 외길 42년'…유기농우유 생산 선구자
"우리 요거트 스타벅스에서 가장 비싸게 팔려요!"
유기농 우유 생산에서 가공과 체험 관광까지 제공
낙농 외길 42년, 친건강 친환경 농촌융복합산업 꿈 실현
"아이스크림과 치즈, 버터를 만들고, 목장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좋은 우유가 들어간 커피도 마실 수 있고요. 주말이나 휴일에는 1,500명 넘게 찾아옵니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보령우유의 '우유창고'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다. 전국에서 친구와 연인도 오고 단체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탓으로 대천해수욕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으레 들르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쪽에서는 우유를 이용한 체험을, 다른 공간에서는 오붓하게 커피와 빵도 즐길 수 있다. 목장과 체험장, 까페가 어우러진 6차산업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유기농 초지를 가꾸고, 유기농 목초만 먹입니다. 일반 목장보다 관리가 훨씬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다행히 유기농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고 구입해주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전국 젊은이들의 핫플 '우유창고'>
보령우유는 유기농 우유의 선구적인 기업이다. 10여년 전부터 유기농 우유를 생산했고, 가공과 판매 시스템까지 갖췄다. 현지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가공, 판매하고 관광과 체험, 견학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른바 농촌융복합산업, 6차산업의 성공모델인 셈이다.
보령우유가 생산한 유기농 우유와 치즈, 버터 등은 고품질로 이름이 높다. 유제품을 잘 아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친건강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현재 스타벅스와 한살림, 마켓컬리, 올원푸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위탁상품(PB)과 자체 브랜드 2가지 방식으로 판매한다. 이 회사에서 생산한 프로틴 그릭요거트는 스타벅스 요거트 중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다.
보령우유는 이수호 대표의 5만평 목장(젓소 300여 마리)과 유기농인증을 받은 인근 농가의 원유(原乳)를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대에 이를 정도로 중견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기농 우유 전문 가공 및 제조회사로서는 손꼽히는 규모다.
이 대표는 올해 42년차 낙농인이다. 처음에는 여늬 목장주와 마찬가지로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목초와 사료를 먹여 젓소를 길렀다. 제조나 판매는 남의 일로 여기고 원유만 생산하여 우유 회사에 납품한 것이다.
"10여년 전에 미국의 축산업 현장을 돌아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미국의 농가도 대부분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먹여 축산을 하지만 자연 상태의 초지를 유지하면서 친환경 목초로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도 꽤 많았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유기농 우유가 한국 낙농의 미래라고 판단했다."
<"친환경 친건강 우유생산이 생존의 길">
그는 우루과이라운드와 한미FTA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유기농'을 생존의 대안으로 봤다. 물밀 듯이 들어오는 외국산 저가 농산물과 경쟁하기 위해 친환경 유기농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유기농 우유 생산은 쉽지 않았다. 초지나 목초를 관리하고 구입하는 게 어려웠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갔다. 항생제를 최소화하다 보니 젓소들의 병치레도 잦고 폐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원가를 60%나 더 들여 원유를 생산해도 그 만큼 돈을 더 받는 게 힘들었다.
"우유회사를 설득했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조금 비싼 친환경 유기농 우유도 잘 팔릴 것이라고…. 그 회사의 팀장과 간부들을 설득하는데 11개월이 걸렸습니다."
이 대표의 끈질긴 설득에 그 우유회사는 2010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유기농 우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를 시작으로 보령지역 여러 낙농가들이 유기농 원유 생산에 동참했다.
그러나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유 회사에 문제가 생겨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회사측은 판매량이 줄어들자 가장 먼저 값이 비싼 유기농 우유 제조와 판매를 중단했다.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어렵던 시기 정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이 사업은 농어촌의 다양한 자원을 개발하고 1차, 2차, 3차산업으로 연계 발전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2017년 보령우유는 자부담과 정부 지원금 등 34억원을 들여 전처리 및 냉장, 우유 가공, 요거트 제조, 체험 판매장 등 1,560㎡의 규모의 건물을 지었다.
<뛰어난 안목 경영으로 사업수완 발휘>
목장주 겸 경영인인 이 대표가 뛰어난 점은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강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남들보다 앞서 유기농 우유를 생산했고, 우유회사를 설득하여 유기농 제품을 출시하게 했다. 어려움이 닥치자 인근 생산농가와 힘을 모으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조 및 판매시설을 조성했다. 원유를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판로처를 확보하여 매출을 늘렸다.
체험과 휴식공간(까페)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익도 올리는 한편, 자연스럽게 유기농 우유를 홍보하고 고객도 확보했다. SNS를 적극 활용하여 전국에서 체험장과 까페를 찾아오도록 했다. 우유창고 앞에 설치한 거대한 우유곽 모형은 이 회사의 상징이고,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보령우유는 2017년 대한민국 명품특산물 페스티벌에서 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 12월에는 '이달의 농촌융복합산업인'(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선정됐다. 농협 충남본부로부터 '자랑스런 농식품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배재대·한경대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기술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보령지역 저소득 가정과 장애인들에게 유기농 우유를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있다.
이수호 대표는 "친환경 친건강 유기농 우유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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