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더 커진 세월호 아픔을…” 연극 올린 중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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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에 수호식당 무대 장치가 설치된 뒤 탁자가 놓였다.
이동철 교사는 "2014년 4·16 이후 8년간 추모제와 씻김굿 등을 30여 차례 올렸고, 지난해 진도 동거차도 씻김굿을 마지막으로 세월호에서 한발 물러났는데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났다"며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포기한 것이 결국 이태원 참사를 불렀다는 생각에 세월호 연극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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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세월호 9년 추념 연극
‘도돌이표’ 학교 무대에 올려
강당에 수호식당 무대 장치가 설치된 뒤 탁자가 놓였다. 무대에 배우들이 올라갔다. 수호식당 주인 부부는 세월호 참사로 외아들 수호를 잃었다. 1막은 수호식당 친구의 아들 취직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한 학생이 “야, 빨리 대사 치고 나와야지”라고 하자, “인제 그만 잊으라는 게 말이 돼?” 하는 탄식이 울린다. 건설반장역을 맡은 윤대호군이 “운이 나쁘니까 죽은 거야”라고 말한다.
지난 14일 오후 4시30분 광주시 광산구 산정중 3학년 30여 명이 <도돌이표>라는 세월호 참사 9돌 추념 공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본을 쓴 이동철(57) 교사는 학생들과 각목을 세월호 걸개를 거는 등 무대 장치 설치에 분주했다. 연극은 9년간 세월호를 놓지 못하고 생업조차 놓아버린 채 진실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는 수호식당 부부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얼개로 하고 있다. 지인들은 “이제는 내려놓으라”고 위로하지만,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국가 때문에 이태원 참사까지 발생해 고통이 되풀이된다는 내용이다. 무대 미술은 문시은 교사와 학생 20여 명이 배경 걸개그림 4점을 그렸다.
연극은 모두 7막으로 꾸려졌다. 1막에선 세월호 선실 안의 고통을 표현한다. 물이 가슴께까지 찬 모습으로 비명을 지른다. “선실에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라는 방송이 나온다. “배가 너무 기울어져 움직일 수 없어.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사랑해”,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문자로 보내. 엄마 사랑해” 등 아이들이 보낸 문자가 보인다. 수호는 동현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집값을 걱정해 세월호 생명 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헐뜯는 사람들이 나오고 이태원 참사로 이어진다. 동현이가 이태원에 갔다가 인파에 떠밀려 다쳤다.
배우들은 지난 3월부터 점심 시간과 방과 후에 틈틈이 시간을 내 대본 연습을 했다. 3학년 중 1학년 때 5·18연극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이번 무대에 오른다. 이 교사는 “학원시간 때문에 제대로 다 모여 연습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김기범군은 “저는 노동자 역할인데, 사람 목숨이 운에 달렸다고 할 때 화내는 역할을 맡았다.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예령양은 “세월호 관련 주제공부를 하면서 연극을 통해 친구들에게 세월호나 이태원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돌이표>는 17일 오전 10시40분 산정중 학생 720여명이 지켜보는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추념식이 끝나면 2학년 4반 학생들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세월호 추모곡을 합창한 뒤, 세월호 유가족 경빈 학생 부모님이 인사말을 한다. 이동철 교사는 “2014년 4·16 이후 8년간 추모제와 씻김굿 등을 30여 차례 올렸고, 지난해 진도 동거차도 씻김굿을 마지막으로 세월호에서 한발 물러났는데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가 났다”며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포기한 것이 결국 이태원 참사를 불렀다는 생각에 세월호 연극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판굿, 설장구, 소고춤, 사물놀이, 판소리 등에 만능인 이 교사는 지난해 5월 학생들과 5·18 연극을 학교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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