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속한 한화M&A 심결…실리·명분 ‘두 토끼’ 잡았다
강신우 2023. 4. 16. 19:11
26일 전원회의서 ‘조건부 승인’ 유력
기업결합 신청 4개월 만의 빠른 결론
독점 우려에 방사청과 세부 의견 교환
외부압박에도 ‘절차’ ‘독점 방지’ 총력
◇26일 전원회의…4개월 만의 ‘빠른 심결’
16일 관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한 방위사업청(방사청) 의견조회 이후 심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서면과 대면으로 의견을 물었고, 함정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한화와의 시정방안 협의도 급물살을 탔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전원회의 기일도 잠정 확정한 상태다. 이번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방안으로는 △군함 건조사업에 제공하는 부품 가격을 경쟁사와 차별화하지 않고 △군사 장비의 핵심기술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기술정보에 대해선 차별 없이 제공하며 △사업 발주에 대한 감사는 군사 기밀의 유출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가 직접 맡는 등의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달 26일 방사청에 의견조회를 한 지 13일 만에 답변을 받았다는 점과 현재(14일 기준)까지 심사보고서가 상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빠른 심결을 위해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 총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외부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일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이해가 얽힌 경남 거제시에 지역구를 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조속한 기업결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은은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 정상화 실패 시 국가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날선 비판을 해왔다.
공정위는 심사가 지연된 것으로 보는 시선에 정면 대응하듯 이례적으로 사건경과 브리핑에 나섰다. 경쟁제한 효과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산 시장의 특수성은 국가가 구매자이고 다수의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그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쟁 제한 행위가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더 독점 우려…“공정위, 제 역할 다해”
공정위가 우려했던 대목은 ‘레이더’였다. 군함의 ‘눈’ 역할을 하는 최첨단 장비인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경쟁제한 효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에이사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계부처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장비다. 무기 시스템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한화가 에이사 레이더 등 첨단 무기를 탑재할 군함 사업자 선정에 있어 대우조선에 특혜를 줄 수 있단 우려에서다.
방산 분야에선 수주를 위한 입찰 시 기술평가가 80% 가량으로 비중이 매우 높아 무기와 배의 기술적 완결성 등이 낙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발주자에게 기술적 정보를 설명할 때 무기 제조사만 아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경쟁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심사관의 판단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큰 사건은 수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 사건의 관행과 글로벌스탠더드를 고려하면 이번 기업결합 건을 4개월 만에 심결하는 것은 빠르게 의사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독과점 폐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면서도 국가경제적 중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일부터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고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순수하게 심사만 하는 일정으로 의견조회나 보완자료 요청부터 답변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제외된다. 최근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을 신청하고 공정위의 최종 승인까지 8개월이 걸렸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기업결합 신청 4개월 만의 빠른 결론
독점 우려에 방사청과 세부 의견 교환
외부압박에도 ‘절차’ ‘독점 방지’ 총력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M&A) 심사를 이달 안에 결론내기로 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승인이 나는 셈이다. 조 단위 대규모 빅딜의 경우 기업 결합 심사가 길게는 수 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관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기업결합 건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EU 등 주요 7개국의 기업 결합 승인에도 정작 한국의 공정위가 늑장을 부린다는 부정적 여론도 일정을 앞당기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전원회의…4개월 만의 ‘빠른 심결’
16일 관가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에 대한 방위사업청(방사청) 의견조회 이후 심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서면과 대면으로 의견을 물었고, 함정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우려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한화와의 시정방안 협의도 급물살을 탔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전원회의 기일도 잠정 확정한 상태다. 이번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방안으로는 △군함 건조사업에 제공하는 부품 가격을 경쟁사와 차별화하지 않고 △군사 장비의 핵심기술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기술정보에 대해선 차별 없이 제공하며 △사업 발주에 대한 감사는 군사 기밀의 유출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가 직접 맡는 등의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달 26일 방사청에 의견조회를 한 지 13일 만에 답변을 받았다는 점과 현재(14일 기준)까지 심사보고서가 상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빠른 심결을 위해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 총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외부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일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이해가 얽힌 경남 거제시에 지역구를 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조속한 기업결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산은은 기업결합 무산으로 대우조선 정상화 실패 시 국가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날선 비판을 해왔다.
공정위는 심사가 지연된 것으로 보는 시선에 정면 대응하듯 이례적으로 사건경과 브리핑에 나섰다. 경쟁제한 효과를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산 시장의 특수성은 국가가 구매자이고 다수의 규제가 존재한다는 점인데, 그런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경쟁 제한 행위가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이더 독점 우려…“공정위, 제 역할 다해”
공정위가 우려했던 대목은 ‘레이더’였다. 군함의 ‘눈’ 역할을 하는 최첨단 장비인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경쟁제한 효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에이사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에서 방위사업청(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관계부처와 협력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장비다. 무기 시스템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한화가 에이사 레이더 등 첨단 무기를 탑재할 군함 사업자 선정에 있어 대우조선에 특혜를 줄 수 있단 우려에서다.
방산 분야에선 수주를 위한 입찰 시 기술평가가 80% 가량으로 비중이 매우 높아 무기와 배의 기술적 완결성 등이 낙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발주자에게 기술적 정보를 설명할 때 무기 제조사만 아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대우조선해양에 비해 경쟁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심사관의 판단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큰 사건은 수년씩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 사건의 관행과 글로벌스탠더드를 고려하면 이번 기업결합 건을 4개월 만에 심결하는 것은 빠르게 의사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독과점 폐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로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면서도 국가경제적 중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일부터 3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고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순수하게 심사만 하는 일정으로 의견조회나 보완자료 요청부터 답변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제외된다. 최근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을 신청하고 공정위의 최종 승인까지 8개월이 걸렸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데일리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단독]구광모 회장, 상속세 완납 앞두고…국세청에 "일부 돌려달라" 소송
- “쌤이 ‘뉴스공장’을 틀더라”…고교 영어수업에 등장한 김어준?
- 세월호 참사 9주기…“기억 위해 다시 찾았다” 발걸음 계속
- 악마가 된 외톨이…61명 사상자 낸 버지니아텍 총기난사범 '조승희'[그해 오늘]
- 죽을 만큼 괴롭히고 철저히 감췄다…장수농협 직원 괴롭힘 사실로
- '눈누난나' 히트 가수 제시, 한강뷰 집은 어디?[누구집]
- 경찰, 모텔·보도방 연계 성매매 알선 50명 적발…49명 송치
- “동네 더러워져”…손수레 폐지에 불 붙인 60대, 징역 1년
- 아내 숨진 것에 앙심…의사에 흉기 휘두른 70대, 항소심도 실형
- 이효리, 바닷가 앞 소주잔…3년만에 SNS 재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