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에도 고통은 계속됐다”… 기숙사 학폭 5년간 1100여건

교육당국 가해학생 학폭 심의위
2021년 311건… 코로나 전보다 ↑
퇴학 비율 0.83% 전국 평균 4배
“가해학생 분리 및 피해학생 보호
체적 매뉴얼·실질 대응책 시급”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숙사는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쉽지 않아 더 강화된 피해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기숙사 학교(중·고교) 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7∼2021학년도 심의 건수는 1110건에 달했다. 피해 학생은 1781명, 가해 학생은 1805명이었다.

기숙사 학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17학년도 188건, 2018학년도 246건, 2019학년도 258건으로 매년 늘다가 2020학년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수업이 줄면서 107건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21학년도에 대면 수업이 늘면서 다시 311건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학년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2021학년도 전국 중·고교의 전체 학교폭력 심의 건수(1만1815건)가 2019학년도(2만3977건)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5년간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교육 조치(1∼9호)는 1호인 서면사과(754건)와 2호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642건)가 가장 많았지만, 출석정지(6호) 이상의 조치도 517건에 달했다. 출석정지는 298건, 학급교체(7호) 37건, 전학(8호) 157건, 퇴학(9호) 25건이었다.

특히 전체 조치 중 가장 중대한 처분인 전·퇴학 비율은 5.41%(전학), 0.83%(퇴학)이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학교 평균(전학 2.91%, 퇴학 0.21%)보다 몇 배 높은 수치다.

교육계에서는 기숙사 학교 내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이 방과 후에도 가해 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해 보다 적극적인 피해 학생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저질렀는데, 피해 학생은 교실뿐 아니라 방과 후 기숙사나 식당 등 학교 곳곳에서 언어폭력 등의 괴롭힘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가해 학생을 온종일 언제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는 것이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교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소송 등으로 실제 전학 이행이 미뤄지면서 피해 학생이 큰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기숙사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 학생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며 정상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숙사 학교에서의 가해 학생 분리와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과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