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자학적 코미디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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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퀴어로서 사회 편견을 극복하고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수상하는 등 스탠드 업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해나 개즈비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코미디 쇼 '나네트'(Nanette, 한국명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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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개즈비 지음/노지양 옮김/창비 펴냄
자폐,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퀴어로서 사회 편견을 극복하고 에미상과 피바디상을 수상하는 등 스탠드 업 코미디언으로 성공한 해나 개즈비의 자전적 이야기다. 저자는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도전해온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10년 넘게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코미디 페스티벌의 대세로 활약하며 배우, 시나리오 작가, 방송인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고 있던 개즈비는 어느 날 갑자기 무대에 올라 더이상 사람들을 웃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희생양 삼아 대중을 웃기는 기존의 코미디 문법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일대 선언이었다. 퀴어로서 청소년기를 살아가야 했던 그녀는 자기혐오를 내면화하는데 익숙했다. 그의 스탠드 업 코미디가 그런 속성이 배태돼 나오는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한켠에선 그게 편하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을 할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각성이 찾아왔다. 위악적으로 자신의 소수자성을 농담거리로 삼으며 경력을 쌓던 그녀는, 이런 코미디가 결국 자기 존재를 해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손쉬운 농담으로는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 웃음 너머에 숨겨둔 상처와 수치심을 진정성 있게 털어놓는 새로운 코미디를 시도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코미디 쇼 '나네트'(Nanette, 한국명 '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다.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 끝에 개즈비는 웃음으로 시작하지만 몸이 떨리는 충격을 안기는 선언으로 끝나는 독창적인 코미디를 완성했다.
개즈비의 팬이라는 배우 에마 톰슨의 말처럼 이 책은 "개즈비를 불타오르게 한 모든 것을 들려준다". 책 속에 '나네트'를 완성하기 위해 작성한 대본 메모들과 준비과정을 남김없이 털어놓는다.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존재도 소외하거나 모욕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년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언급되고, 공유된 코미디"(뉴욕타임즈)를 창조한 그만의 비법을 알게 된다. 사회적 약자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나팔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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