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에 각박한 세상...세월호 9주기 현수막 걸기도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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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 뒤인 2014년 4월 19일부터 매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를 이어 온 부산 북구 '화명촛불'이 9주기인 16일에도 어김없이 촛불을 들었다.
화명촛불은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올해는 추모 현수막을 달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화명촛불은 북구민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한 시민단체로, 2014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매년 4월 16일에는 추모 집회와 문화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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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플래카드 수십개 훼손사건 발생
올해 게시 중단되며 추모분위기 약화
공문서 세월호 단어 뺀 교육부 규탄도
여야 대표, 기억식 참석 희생자 기리기도
세월호 참사 발생 사흘 뒤인 2014년 4월 19일부터 매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를 이어 온 부산 북구 ‘화명촛불’이 9주기인 16일에도 어김없이 촛불을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 현수막’ 수십 개가 인근 주민에 의해 강제 철거(국제신문 지난해 4월 18일 9면 보도)된 이후, 현수막 개시를 중단해 추모 분위기가 한층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화명촛불 측은 세월호 혐오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현수막 훼손까지 발생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부산 북구 화명동 장미원은 추모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지난해와 전혀 달랐다. 지난해는 북부산우체국에서 장미원 일대 인도 양옆 가로수에는 120여 개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걸려 거리가 온통 노란색 추모 물결로 가득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9주기인 이날 공원에는 정의당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 1개만 덩그러니 걸려 있어 지난해처럼 추모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화명촛불은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두고 올해는 추모 현수막을 달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장미원 일대에 걸렸던 현수막 120개 가운데 60여 개가 A 씨 등 2명에 의해 강제로 절단된 사건 때문이다.
화명촛불은 지난해 현수막 훼손 사건을 계기로 올해는 현수막을 걸 엄두를 못 냈다. 화명촛불 강찬주 활동가는 “현수막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회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집회 현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며 “욕설이나 혐오 표현을 넘어 실제 훼손 행위를 보고 올해 현수막 게시까지 중단해야 하니 참담한 심정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화명촛불은 이날 오후 4시16분 북구 장미원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집회로 희생자를 기억했다. 화명촛불은 북구민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한 시민단체로, 2014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매년 4월 16일에는 추모 집회와 문화제를 진행한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부산대책위와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전교조 부산지부는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이 세월호 지우기에 나섰다고 규탄했다. 지난 14일 부산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매월 교욕부는 4월 16일을 앞두고 일선 시도교육청에 ‘추모·안전 주간’을 알리는 공문을 보내 왔다. 지난해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교육부에서 4·16 추모 주간 운영, 노란 리본 배포 및 추모 배너 설치 등의 지침을 안내했지만 올해 교육부 안전주간 공문에는 제목에서부터 ‘4·16 세월호 참사’가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참사 희생자를 기렸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준 기억은 엄중하다. 일상에서의 안전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으며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최선을 다할 때만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달라야 했지만 각자도생 사회로 다시 회귀하고 있다. 아이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적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SNS에 “더디고 가혹한 9년의 시간 앞에 우리는 여전히 죄인이다. 정치가 게으르고 무능한 탓에 또다시 이태원 참사까지 발생했다. 수많은 목숨을 바치고도 우리는 달라졌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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