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당뇨병 정밀의료 세계적 권위자… "만성질환, 쉽게 찾는 동네병원 중요"

강민성 2023. 4. 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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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 케어' 주창하는 윤건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케어 코디네이터'로 맞춤관리… 본사업땐 합병증 예방 효과
환자가 정보 제대로 알고 주도적 관리해야 건강지킬수 있어
"디지털헬스케어 환자위한 길… 이해관계자 열린마음 갖길"
윤건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당뇨병, 심혈관질환같이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평생 가는 만성질환은 24시간 생활 속 관리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의사의 가이드를 받아 수동적으로 치료했지만, 앞으로는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가지고 의사와 소통하면서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윤건호(64, 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일상에서의 관리가 필수인 만성질환은 일시적인 진료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관리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내분비내과 교수로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관리해왔다. 그는 서울성모병원 진료부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의과대학 대학원장, U-헬스케어사업단장, 보건산업진흥원 R&D본부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당뇨병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한 당뇨병 정밀의료에 대한 연구 업적을 쌓아왔다. 2년 전에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은 물론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만성질환 환자 상위 5%가 국가 전체 의료비 50%를 쓴다"면서 "가파른 의료비 상승세는 결국 만성질환 관리가 안 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을 초기에 잘 관리해서 합병증 없이 80세를 넘기면 국민도 건강하고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환자와 의료진이 언제 어느 시간에나 접촉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커넥티드 케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부터 당뇨 환자들에게 집에서 혈당을 재도록 하고 경과를 보여주는 웹차트를 만들어 피드백을 해오면서, 환자와 의료진이 소통하는 '커넥티드홈케어'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웹차트를 공유하면서 환자들이 평소에 질문을 올려놓으면 의사는 2주에 한 번 답을 하고 병원에는 3개월에 한 번 방문하는 시스템을 지속해 왔다"면서 "그 결과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는 동기부여가 됐고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관련 연구논문도 2003년부터 계속 내 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은 병이 심해진 후 치료할 게 아니라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방적 접근을 하려면 1차 의료기관에서의 환자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현재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동네병원에서 모니터링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가 '케어 코디네이터'로 한 팀이 돼 환자의 상태를 평가해 맞춤형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의 관리 계획에 맞춰 질환 관리·생활습관 교육을 하는 방식이다. 환자들이 가까운 주거지 병원에서 질환 예방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교수는 "대형병원은 중증 급성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특화돼 있다"며 "평생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문제가 있을 때 접근이 쉽고 늘 환자를 가까이서 보살필 수 있는 동네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윤 교수는 "수가를 주면서 국가의료보험이 시스템적으로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 본사업에 못 간 게 아쉽다"면서 "본사업으로 이어지면 합병증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교수는 지난 2020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추진한 의료데이터 통합·활용 플랫폼 '마이 헬스웨이(My Healthway)'도 더 활성화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헬스웨이와 관련해 "정부가 EMR(전자의무기록) 코드를 하나로 만들어서 병원들이 똑같이 쓰게 했으면 통합이 다 됐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병원마다 따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호환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통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만들거나 인터페이스를 똑같이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는 언어도 표준화한다면 환자가 내 손안의 의료정보를 가지고 내 주치의 또는 건강관리회사에 보내줄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윤 교수는 환자가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제대로 이해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치료에 환자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직접 개입하려면 자신의 의료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곳에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건강관리회사 등이 정보를 잘 분석한 후 제공한 자료를 환자가 주치의와 공유하면서 서로 판단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본인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건강관리에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1996년 미국 조슬린 당뇨병센터에 갔더니 환자들을 위한 4박5일 간 교육을 하고 있었다"면서 "만성질환 환자는 자가관리에 필요한 교육이 중요한데, 아직 국내에서는 관련 투자가 전혀 없다"고 했다. 만성질환 환자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인 합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정답을 놓고, 이 정답을 우리가 어떻게 허심탄회하게 잘 해결할 건지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디지털헬스케어는) 환자를 위하는 길도 되고 나라를 위하는 길도 될 텐데 이해관계자들이 더 열린 마음으로 타협하고 서로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사진=박동욱기자 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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