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 제2의 누누티비 막을 수 있을까
실제 OTT같은 편의성에 광고 적어 입소문
언론 조명에 접속량 급증, 트래픽 부담으로 돌아와
이미 유사 사이트 존재, 더 늘어날 가능성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가 지난 14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여당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지만 정부의 압박 못지 않게 '비용'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제2, 제3의 누누티비가 이미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누누티비는 어떻게 대중적 서비스가 됐나
온라인 공간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전부터 존재했다. 누누티비는 다른 사이트와 달리 서비스에 공을 들였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다른 서비스가 불법 도박 등 광고를 다량 배치하고 악성코드를 심는 등 영상을 '미끼'로 운영한 반면 누누티비는 콘텐츠를 중심에 놓고 운영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첫 화면 디자인부터 실제 OTT 서비스와 유사하게 꾸몄다. 이용자 인터페이스에도 공을 들였다. 운영자가 서비스 관련 공지를 하고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점도 차이를 보였다. 음지가 아닌 양지의 서비스처럼 보이고 편의성도 좋아 '지인에게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입소문을 탔다.
14일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사실을 공지사항을 통해 알린 대목도 상징적이다. 누누티비는 “서비스 종료 소식으로 많은 사용자분들께서 입으셨을 상실감을 저희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이 소식을 전하는 저희 또한 마음이 정말 많이 무겁고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명백한 불법 사이트의 행보치곤 이례적인 모습이다.
논란되자 접속량 급증, 비용 부담으로 돌아와
누누티비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정부 압박' 영향이라는 평가와 보도가 일부 나왔다. 누누티비 문제를 집중 제기해온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K콘텐츠 불법유통 범부처 대응 지시로 전방위 압박 성과”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범부처 대응 지시 이후 범부처 논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집중 심의, 그리고 무엇보다 수사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배짱 운영을 해온 사이트의 급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는 정부 압박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실제 누누티비는 고소가 이뤄지고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앱 출시, 넷플릭스 콘텐츠 업로드 등을 해왔다.
누누티비가 서비스를 종료한 데는 '비용 부담'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누누티비가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지사항에 이를 '솔직하게' 언급했다. 누누티비는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서비스 종료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선 트래픽 비용 부담이 크다. 누누티비는 도박 등 불법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벌었지만 다른 불법 사이트에 비해선 광고 수가 최대 4개로 많지 않다보니 비교적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이후 저작권자와 언론, 정부와 정치권이 누누티비 관련 언급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서비스 홍보가 되는 스트라이트샌드 효과(특정 정보를 숨기거나 삭제하려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보가 확산하는 현상)로 이어졌다.
실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누누티비 대체사이트 접속량 자료를 분석해보면 접속차단일 기준 2022년 대체사이트 3곳의 접속량은 138만여회에 불과한데 본격적으로 보도가 나온 2023년 2월 이후 대체사이트 접속량은 7800만회가 넘는다. 방송통신심의위가 모든 대체 사이트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 비판이 나온 이후 접속량이 급증한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실제 구글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트렌드에서 '누누TV'의 검색 추이를 보면 지난 2월 이후 검색량이 급증한다.
즉, 비판이 오히려 홍보가 돼 서비스 접속량이 크게 늘어났고, 급증한 접속량 탓에 비용 부담이 커져 부담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제2의 누누티비 등장, 실효성 있는 규제 가능한가
누누티비 사이트는 사라졌지만 이미 유사한 성격의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웨이브, 넷플릭스 등 주요 OTT 서비스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는 별도의 메뉴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 서비스에선 스포츠 중계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최신 OTT 드라마는 회당 수천에서 수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적지 않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의 영향으로 유사 사이트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의 통신심의로는 한계가 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소극적으로 한다는 지적에 지난달 24일 설명자료를 내고 “최초 차단 이후 지금까지 해당 사이트에 대해 총 20회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의 ISP(통신사) 대상 시정요구는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통신사에 해당 사이트의 차단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누누티비처럼 캐시서버를 통해 접속하는 경우엔 직접 차단이 어렵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는 국내 접속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복제된 서버(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는 원 서버가 아닌 캐시서버에 접속하게 된다. 문제는 캐시서버를 관리하는 CDN사업자에 대해선 방통심의위가 접속차단을 요구하기 어렵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CDN사업자 등이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할 경우, 접속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통신심의 자체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방식인데 대상을 확대하는 건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 법안을 가리켜 “행정편의주의에 가깝고, 국내 벤처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과잉 규제'를 우려했다.
향후 누누티비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누티비를 형사고소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그간 입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기에 고소를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국제 공조수사가 원활하지 않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다른 불법사이트 수사처럼 추후 공조가 이뤄질 경우 관련 수사가 진전을 낼 수 있다. 강도 높은 처벌로 이어질 경우 다른 불법사이트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도 나올 계획이다. 지난 3월 출범한 불법콘텐츠근절 범정부 협의체는 웹툰·방송·영화·OTT 등 콘텐츠에 대한 불법유통 근절 대책을 오는 6월 발표할 계획이다.
수익원 역할을 한 불법도박 사이트에 대한 적극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누누티비가 불법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수익원, 불법도박 광고에 대해서도 부당이익 환수 등의 강력한 제재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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