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대격변의 77년 주기설
[뉴노멀]
[뉴노멀-미래] 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 기후변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양자컴퓨터의 등장과 맞물려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나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까지 상상할 수 있는 대격변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미래학자 김진현이 2022년 펴낸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에서 따온 내용이다.
그가 꼽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격변이자 혼란의 시기는 강화도에서 조선이 일본과 불평등조약을 맺은 1876년부터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까지 77년의 기간이다. 이 시기에 태어난 사람은 조선 사람이었다가 1910년 일본제국의 신민으로, 1945년 미군정의 시민이었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제1공화국 시민, 1953년부터는 남한 또는 북한의 시민으로 살아야 했다.
이런 대격변기에 개인의 삶은 어땠을까.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에는 이 시대 개인들의 절박한 삶이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세상을 등진 사람, 빚을 지고 떠돌아다니는 사람, 극악하게 돈만 추구하는 사람, 강자들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가족의 해체, 신분질서의 붕괴,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전환, 중일전쟁, 남경(난징)학살, 상해(상하이) 거점의 독립운동 등이 일어났던 이 시대에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란 극히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듯 격변의 77년이 끝나고 1953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전례 없는 풍요와 자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발전을 넘어 문화와 예술, 과학기술 분야까지 세계적인 성취를 일궈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까.
사회변화를 역사적 패턴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옛 소련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자본주의 경제가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라 50년 주기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1800년대 증기기관, 1850년대 철도, 1900년대 전기와 화학, 1950년대 자동차, 그리고 1990년부터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순환론적 사고를 우리의 미래에 적용해보면 이런 가설이 가능하다. 1876년에서 1953년까지 77년 동안 겪은 혼돈과 비극의 시대가 끝나고, 이전 시대와 달리 77년 동안 성장과 번영을 누린다면 그 시기는 2030년에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2030년 이후 77년은 어떤 시대가 될까.
공교롭게도 2030년은 지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세계가 약속한 것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실패하고 좌절하느냐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2015년 국제사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약속했다. 이 약속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첫 결과가 2030년에 드러난다. 그 결과로 2100년까지의 미래를 희망의 마음으로 전망할 텐데 지금으로선 비관적이다. 최근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기존의 추정치보다 앞당겨 지구 온도가 2021~2040년 사이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 이후의 77년을 전망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주요 이슈들은 코로나19의 변종 바이러스 재창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같은 국가 간 충돌의 증가, 인공지능의 전방위적인 인간의 일 대체,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의 지속적 심화, 전례 없는 고령화, 개인들의 사회적 고립과 정신적 우울감 등도 있다. 이런 이슈들은 우리가 지금껏 경제적 성장만 구가하면서 만들고도 풀지 못한 숙제들이다.
이제 불과 7년 남은 2030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다시 대격변, 대혼란, 대비극의 시대를 마주할까. 흐르는 강물을 두번 건널 수는 없다지만, 인간이 만든 역사의 물결은 반복되기도 한다. 지난 과거를 성찰하지 못하면 절멸의 미래가 다시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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