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정부·공공 시스템도 `클라우드 최적화`… `디플정`의 도전
민첩한 개발·유연한 확장 가능
초거대 AI 등 디지털기술 도입
홈택스 등 사이트 통합도 추진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가 민간위원과 전문가, 관련부처와 함께 162차례 논의와 현장방문 등을 거치며 AI(인공지능)·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과제를 도출·구체화한 결과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초거대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 칸막이를 없애고 '원팀 정부'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한다. 이를 위한 공공 플랫폼을 단순 클라우드 전환이 아닌, 클라우드를 클라우드답게 쓸 수 있도록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구축하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공공SW(소프트웨어)사업 고질병을 극복할 해법을 제시하면서 각종 미래 IT산업 육성의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플정,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간다= 디플정위가 지난 14일 공개한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은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 각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사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나아가 정부와 민간 사이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국민이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민관협력 기반으로도 기능하는 것을 목표한다.
디플정위는 이를 위한 인프라로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고 신기술을 수월하게 적용하기 위해선 민간 클라우드에 형성된 생태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디플정위가 선정한 대상 시스템 가운데 70%를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가 눈에 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필요한 때 서비스를 민첩하게 개발·배포할 수 있고 이용량만큼 유연하게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컴퓨팅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접근방식이다. 디플정위는 단순히 시스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바꾸는 리프트앤쉬프트 방식은 최대한 지양, 시스템 구축·전환 시 MSA(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를 적극 적용할 계획이다.
단일 구조인 기존 모놀리식 아키텍처와 달리, MSA는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 기능별로 잘게 쪼개 구축하는 방식이다. 느슨하게 결합된 서비스들은 논리적으로 가상화된 공간인 컨테이너마다 담겨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상호연동이 이뤄진다. 마치 국제무역을 나서는 대형선박이 화물을 한곳에 섞어 싣지 않고 각각 종류·용도별로 컨테이너에 담아 안정적으로 운항하고 필요 시 적재·하역하는 것에서 따왔다.
이로써 시스템 일부를 고치기 위한 부분적인 업데이트, 신기술 등장에 따른 시범적 도입 등 기존에는 어려웠던 지속적인 SW개발·배포가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특정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도 분산된 구조이기에 전체 시스템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하기 용이하다. 애자일·데브옵스 등 SW업무방식과 결합해 민첩하고 유연한 IT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수행기업에 합당한 사업대가 지급이 담보된다면 현재 공공SW사업에서 과업 변경·추가로 불거지는 여러 손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동안 이어졌던 공공 차세대 시스템들의 장애도 전체 시스템이 아니라 개별 서비스 수준으로 장애를 제한하며 보다 신속한 조치가 가능해진다.
◇도전적 과제, 전폭적 지원 필요= 디플정위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선언은 도전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아직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갈 길이 먼 화두이기 때문이다. 디플정위에 따르면 그 대상 시스템은 공공부문 신규 시스템 구축사업 및 고도화사업을 포함하고, 기존 시스템 중에서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올 상반기까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대상 시스템을 추릴 예정이다.
고진 디플정위 위원장은 "리프트앤드쉬프트 방식의 단순 클라우드 이전으로 그저 양만 늘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적극적인 MSA 도입을 통해 질적으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을 마련하려 한다"며 "도전적인 과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방향성은 변함없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선 충분한 자원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디플정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지만 예산 집행 권한이 없으므로 디지털플랫폼정부 주관 부처인 행안부과 과기정통부 등을 통해 사업이 수행된다. 이번 대통령 보고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한 만큼, 예산보다는 인력 문제가 더 시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에서도 MSA 전문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디플정위 관계자는 "공공부문 신규 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 예산이 연간 1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최대한 동원하고, 각 공공시스템 간에 공통된 부분을 빌딩블록화해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며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 관련해선 중등급 시스템 범위를 최대한 넓힐 수 있도록 국가정보원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디플정위의 또 다른 야심찬 목표인 '2026년 SaaS(서비스형SW)기업 1만개 육성'은 이런 클라우드 네이티브 디지털플랫폼을 바탕으로 한다. 광역·기초로 이원화된 지방행정시스템도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아울러 교통·안전·에너지·도시 등 4대 중점분야 대상 초연결 디지털트윈을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의료·환경·행정 등 국정 전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클라우드업계 관계자는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의 전면적인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라면 굉장히 고무적인 변화고 환영할 정책"이라며 "SaaS 기업 1만개 크려면 이들이 충분한 수익을 얻을 만한 규모의 시장이 요구된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와 함께 앞으로 추가적인 보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전용 초거대AI도 도입= 디지털플랫폼정부가 구현되면 정부의 대국민서비스 편의성도 대폭 개선된다. 국세 '홈택스', 지방세 '위택스', 복지 신청 '복지로' 등 해당 사이트를 각각 찾을 필요 없이 한 곳에서 하나의 ID로 로그인 한 번에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 통합서비스 창구를 구축한다. 이에 1500여종 서비스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계·통합한다. 중앙부처의 수혜성 서비스 1021종 대상으로 AI 기반 '혜택 알리미' 서비스도 준비하고,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국민 드림(Dream)'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민간의 초거대AI 인프라에 내부행정시스템(온나라) 생성문서, 보도자료 등을 학습시켜 세계 최초 정부 전용 초거대AI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특기할 만하다.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의 연결·융합·활용을 위한 최상위 통합플랫폼 'DPG허브'(가칭)도 구축한다. 이밖에 사업자 등록번호, 자동차 등록정보 등 핵심 데이터를 개방하고, 융합서비스 창출을 위해 자동차정기검사 예약, 국립자연휴양림 예약 등 공공서비스도 2026년까지 220종 개방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함께 핵심 추진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올해는 핵심데이터 개방, 행정부·사법부 디지털 연계, 국민체감 선도서비스 제공으로 추진동력을 확보한다. 내년에는 주요 대국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DPG허브 구축 및 정부 전용 초거대AI 도입 등 기반 구축으로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2025년에는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고진 위원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는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력해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만들어나가는 희망차고 담대한 도전"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 AI로 24시간 똑똑하게 봉사하는 정부, 국민과 기업이 더 크게 도약하는 미래를 대한민국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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