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민주당 전대 돈봉투 의혹’ 수사···검찰, 강래구 협회장, 전 대전 구의원 소환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6일 돈봉투 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과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구의원을 불러 조사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사무실·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공개 수사로 전환한 지 나흘 만에 관련자 소환 조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검찰은 윤·이 의원은 물론 돈 봉투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 당직자, 대의원,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 경선캠프 관계자 등 수십명을 줄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종착지는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강래구 협회장과 강화평 전 대전 동구 구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12일 윤·이 의원, 강 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9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압수수색한 지 나흘 만이다. 이들은 2021년 송 전 대표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했다.
검찰은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총 94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당내에 뿌려졌으며, 강 협회장이 이 돈을 조성하고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강 전 의원은 1900만원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강 전 의원은 2021년 3월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마련해온 현금 1000만원을 이 전 부총장과 함께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나눠 강 협회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강 협회장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지역본부장 10여명에게 총 9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강 전 의원은 그해 4월 말에도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지역상황실장의 선거운동을 독려하고자 강 협회장이 마련한 현금 1000만원을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고 영장에 적혀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이 돈을 50만원씩 봉투 20개로 나눠 지역상황실장 20명에게 나눠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강 협회장과 강 전 의원을 상대로 자금 조성 및 전달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은 전달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다른 관련자들도 조만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줄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의원과 강 협회장, 이 전 부총장 등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에게 총 6000만원을 지급했다고 본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에는 이들이 의원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나온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 전 대표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2021년 3월 이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돈 전달 방법을 논의하며 “내가 송(전 대표와)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 등이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공천 등 대가를 얻기 위해 금품 전달에 나선 것으로 의심한다. 송 전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통화 녹음파일을 토대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부총장이 CJ 자회사인 한국복합물류에 상근 고문으로 취업하는 과정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한국복합물류에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 전방위로 번진 것이다.
이 전 부총장은 정치에 입문한 2016년부터 자동 통화녹음 기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 개수만 3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 녹음파일들로 인해 이번 사건이 이 전 부총장발 ‘민주당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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