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겜' 없고 웹툰에도 밀려···'버퍼링' 걸린 게임산업

양철민 기자 2023. 4.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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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매출·이용자 '뚝'
엔씨소프트 1분기 35% 감소 전망
위메이드·크래프톤 등도 뒷걸음
모바일 다운건수는 작년 5% 줄어
유튜브쇼츠 등 숏폼이 게임 대체
'킬러콘텐츠' 없인 반등 어려울듯
[서울경제]

게임업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로 이용자 수가 줄면서 올 1분기에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당시 높은 매출을 기록한데 따른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게임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웹툰이나 숏폼(짧은 영상) 등 게임을 대체할만한 콘텐츠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어 강력한 ‘킬러 콘텐츠’ 없이는 2분기 이후에도 매출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 1분기에 5132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이 7903억 원이라는 점에서 매출 하락률이 35%에 달한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5분의1 수준인 518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게임업체 또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올 1분기 11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전년 동기(1310억 원) 대비 13%가량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크래프톤도 같은기간 매출 예상치가 4932억 원으로 전년(5230억 원) 대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과 컴투스는 올 1분기 매출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나 영업손실폭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는 대규모 신작 출시로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엔데믹 영향으로 게임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기업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엔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건수는 5억 2000만 건으로 2021년의 5억 5000만 건에 비해 5.2% 줄었다. 모바일 게임 매출 또한 53억 달러로 전년도의 58억 달러 대비 10%가량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체 게임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야외활동 제한이 심했던 2021년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9년 대비 45%가량 성장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매출이 꺾이는 모습이다. 글로벌 게임엔진 개발사 유니티 또한 지난해 게임 유료결제 이용자 수가 2021년 대비 2%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엔데믹에 따라 게임 이용은 줄고 야외활동은 크게 늘고 있다. 신한카드가 전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수치에 따르면 선호여가활동 중 ‘콘텐츠 이용’을 택한 응답자는 엔데믹 이전에는 51%에 달했지만 엔데믹 이후에는 26%로 반토막났다. 반면 ‘영화·공연·전시 관람'은 23%에서 43%로 급증했고 ‘스포츠·피트니스'와 ‘스포츠 관람’은 각각 23%와 11%에서 32%와 22%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게임 이용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임 이용자 상당수가 웹툰이나 숏폼 이용 시간을 늘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의 월이용자수를 합치면 1000만 명 이상이다. 실제 네이버 웹툰은 지난해 548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0년(1332억 원)에 비해 4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숏폼 이용자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유튜브쇼츠’ 이용률은 전년 대비 12.3%포인트 증가한 87.1%를, ‘인스타그램 릴스’ 이용률은 4.5%포인트 상승한 74.8%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게임업계의 핵심 고객군인 10대 층에서 웹툰과 숏폼 이용률이 높다는 점도 업계의 고민을 깊게 한다.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 등이 연령대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대들은 여타 세대에서 순위권에 포함되지 않은 네이버 웹툰(5위)과 틱톡(8위)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게임업계 주가와 매출 추이를 보면 ‘게임산업이 불황에 강하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국내 모바일 게임이 게임을 열성적으로 즐기는 ‘코어 게이머’ 중심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위주로 재편되고, 확률형 아이템 등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비즈니스모델(BM)이 활성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불황에 게이머들은 오히려 지갑을 닫는 모습이다. PC방에서 시간당 1000~2000원 정도의 요금만 지불하고 게임을 즐겼던 10여년 전과 상황이 바뀐 것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게임사들은 동종업계의 동향만큼이나 늘어난 야외활동과 높아진 웹툰 인기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게임사들이 비교적 성장세가 안정적인 엑스박스 같은 콘솔용 게임 제작에 활발히 나서거나 영화·드라마 등에 투자해 지식재산권(IP) 확장을 꾀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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