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생 줄어 폐교 잇따라···오피스텔·아파트에 '서울형 분교' 만든다
단지 저층부 활용 英·美 사례 참조
SH와 협력방안 논의···하반기 발표
현행법선 불가능 "확정되면 法 개정"
서울시교육청이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등에 초등학교 분교를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교가 문을 닫은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통학이 힘들어지고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는 과밀 학급이 발생해도 규제 때문에 학교를 더 짓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복안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이 올 2월부터 운영 중인 ‘서울형(도심형) 분교 태스크포스(TF)’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등에 분교를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TF가 고려 중인 여러 분교 모델 중 하나”라며 “방안 추진을 위해 관련 법 개정 등 필요한 사항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이 구상하고 있는 모델은 오피스텔·아파트의 저층부나 부지 일부를 활용해 본교 학생 일부를 배치할 수 있는 분교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학년(초등 4~6학년)은 본교를, 원거리 통학이 상대적으로 힘든 저학년(1~3학년)은 주거지와 가까운 오피스텔·아파트 분교를 다니게 하는 식이다. 시교육청은 저·고학년 분산 배치 방식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오피스텔·아파트 분교를 활용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피스 건물이나 주거용 건물에 학교를 짓는 사례가 있다. 영국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햄든 거니 초등학교는 52세대의 공동주택과 결합한 형태의 학교다. 학교 용지 확보가 어려워 지난해 공동주택 개발을 하면서 이처럼 지었다. 1층은 어린이집, 3개 층은 교실과 옥상 체육 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퍼디낸드 T.데이 초등학교는 2018년 6층 규모의 오피스 건물을 매입해 만들어졌다. 건물 1~4층은 초등학교 학습 공간으로, 5~6층은 학교 사무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시교육청은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교육 당국이 이 같은 모델을 포함해 ‘서울형 분교’ 설립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학령인구 감소 여파에 따른 폐교 등으로 교육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학령인구 감소로 한 지역의 학교가 폐교할 경우 해당 지역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먼 거리로 통학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원거리 통학은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울에서도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늘고 있다. 2015년 금천구 홍일초, 2020년 강서구 염강초와 공진중이 문을 닫았고 올해 2월에는 광진구 화양초가 폐교했다. 지난해에는 일반계 고등학교로는 처음으로 도봉고가 폐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생은 올해 37만 7279명에서 2029년 23만 334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재개발·재건축으로 갑자기 학생 인구가 늘어난 지역 역시 까다로운 규제로 학교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과밀 학급 문제를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초의 경우 학생 수가 2020년에는 758명이었지만 신길뉴타운 개발로 지난해 1301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무작정 학교를 짓기도 어렵다. 실제 인근 가구 수 4000가구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등 규제가 까다롭다. 이에 분교를 통해 기존 운영되는 소규모 학교의 폐교를 막고 오피스텔·아파트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까지 운영한다는 게 시교육청의 복안이다.
시교육청은 오피스텔·아파트에 분교를 설립하는 모델을 확정하면 학교복합시설법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으로는 주거 시설에 학교가 들어갈 수 없다. 주거 시설과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통학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TF 연구를 거쳐 올 하반기에 서울형 분교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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