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중노위원장 "量으로만 접근한 근로시간 개편, 현장 목소리 못담아···노동생산성 더 고민해야"

세종=양종곤 기자 2023. 4.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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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안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근로시간의 양(量)이 아니라 질(質)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못 듣고 여기에 대한 공론화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양에만 접근하다 보니 건강권, 임금 체불, 공짜 야근 등의 우려만 부각됐습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공짜 야근 못지않게 '쓸데없는 야근'에 대해서도 반감이 큰 상황을 읽어야 합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결국은 노동생산성에 대한 문제인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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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대담=양종곤 사회부 차장
"생산성 높이는 방향의 제도설정 우선
노동개혁은 기득권 양보서 출발해야"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서울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서울경제]

“근로시간 개편안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근로시간의 양(量)이 아니라 질(質)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못 듣고 여기에 대한 공론화가 너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양에만 접근하다 보니 건강권, 임금 체불, 공짜 야근 등의 우려만 부각됐습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공짜 야근 못지않게 ‘쓸데없는 야근’에 대해서도 반감이 큰 상황을 읽어야 합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결국은 노동생산성에 대한 문제인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근로시간제 개편은 특정 주의 집중 근로가 노동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부표처럼 떠도는 상태다. 집중 근로를 하지 않는 기간에 충분한 휴식을 준다는 정부의 대책은 현장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14일 서울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노동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 고용 안정과 근로시간 단축은 허구와 다를 바 없다”며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는 곧 노동생산성 증대의 역사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을 어느 수준만큼 정하는지 문제는 덜 일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쉬고 싶은 근로자의 기본 요구를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근로자가 주어진 근로시간 내에서 기업이 원하는 생산성을 내놓을 수 있도록 근로자를 위한 방향으로 기업과 제도가 바뀌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연장근로 상황이 줄면서 근로시간의 양에 대한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는 개편안 논의에서 흐려졌다. 그동안 경영계도 근로시간을 늘려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단선적인 요구만 해왔다는 책임이 있다.

근로시간제는 임금제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첫 관문이다. 정부의 노동 개혁은 기존의 경직적인 제도와 잘못된 관행을 고쳐 약자를 더 힘들게 하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깨자는 것이다. 중노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이 같은 방향의 노동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김 위원장은 “노동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일자리와 불평등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할 만큼 고학력의 청년들이 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가, 이들을 부모보다 못사는 불운한 세대로 남겨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 개혁에 대해 “기득권의 양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득권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두 배가량 많은 대기업과 정규직을 가리킨다. 노동조합은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쏠려 있다. 노조의 보호 기제는 노조 바깥 근로자와 격차를 벌리는 결과를 낳았다. 김 위원장은 “노조 총회에 조합원들이 참석을 제대로 안 할 만큼 근로자가 개별화되고 있는 현실부터 노조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는 노조가 다양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때 이상적으로 가능하다. 지금은 노조보다 소외된 근로 계층을 더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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