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현직 총리 노린 사제폭탄 테러… 24세 용의자 배낭엔 칼도

서필웅 2023. 4.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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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휩싸인 日 열도
와카야마현 선거 지원연설 직전
은색 물체 투척… 50초 만에 폭발
기시다는 긴급 대피… 사고 면해
용의자 묵비권 행사… “정치 관심”
자택 압색… 화약 추정 분말 발견
가족 “수년간 집에 틀어박혀 생활”
5월 G7회의… “경호 구멍” 비판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를 겨냥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물 투척 사건이 15일 일본에서 발생해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현직 총리를 노린 테러까지 시도된 것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기시다 총리가 와카야마(和歌山)현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에 나서려던 순간 폭발이 있었다. 현장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와 1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던 한 남성이 은색의 짧은 쇠파이프처럼 보이는 물건을 던진 후 50초가량 지난 시점에 하얀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용의자는 주변에 있던 어부들에 의해 제압돼 체포됐으며, 기시다 총리는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았다.
지난 15일 와카야마(和歌山)현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중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 직전 폭발물을 던진 용의자 기무라 류지가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되는 장면. 위 작은 사진은 용의자에 의해 투척된 쇠파이프 형태의 폭발물. 와카야마=교도·AP연합뉴스
용의자는 일본 효고(兵庫)현에 거주하는 24세 청년 기무라 류지다. 일본 경찰은 16일 효고현 가와니시(川西)시 기무라 집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그의 배낭에서 칼을 찾아냈고, 휴대전화 등도 압수했다. 교도통신은 “폭발물 이외 흉기도 준비했던 점으로 미뤄 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습격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기무라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엔(약 489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죄가 적용됐지만,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살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 미수 혐의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기무라는 제압당할 당시 총리에 대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체포된 뒤엔 경찰 조사 때 “변호사가 오면 이야기하겠다”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현지 언론은 기무라가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면서 정치적 이유에 의한 테러 시도에 무게를 두는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가와니시시당 관계자를 인용해 기무라가 지난해 9월24일 가와니시 시의회가 개최한 시정 보고회에 참석한 70여명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보고회가 끝난 후에도 시의원들에게 “가와니시 시의원의 보수는 괜찮은가”라고 묻는 등 의정활동에 대해 열성적으로 질문했다고 한다.

자민당 관계자는 “(시정 보고회에) 20대 청년의 참여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무라가 던진 것은 쇠파이프 폭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에 발화장치를 넣은 쇠파이프 폭탄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폭발음 크기와 연기를 보면 화약의 양은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전날 용의자가 던진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과 형태가 매우 흡사한 또 다른 물체를 사건 현장에서 확보해 구조와 파괴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이후 약 9개월 만에 발생한 현직 총리 대상 테러 추정 사건이다. 일본에선 지난 9일 전반부 통일지방선거에 이어 23일 후반부 통일지방선거와 5개 선거구의 참·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지에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15일 와카야마 어항을 찾아 선거 유세 지원을 위해 연설을 준비하던 중 한 남성이 폭발물을 던지자 경호원이 몸을 던져 가로막고 있다. 와카야마=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경호 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 사건 이후 중요 인물 경호가 강화됐지만, 대중과 접촉이 많은 선거 기간에 또다시 테러 시도가 발생한 탓이다. 쇠파이프 폭탄의 위력이 강했거나, 투척과 폭발 사이 지연시간이 없었다면 기시다 총리도 큰 화를 면키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다음달 19~21일 기시다 총리의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달 방문하는 주요 7개국 지도자들과 고위 인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찰청은 통일지방선거, 보궐선거,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국 경찰에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서필웅·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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