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건축왕' 사기 피해자 또 극단선택

지난 2월에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 두번째 사망
"재계약 때 전세금 대폭 올리면서 피해 커져"
대책위 "정부, 실질적 대책 마련해달라" 촉구

지난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한시적인 경매 중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120억 원 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가 또다시 숨진 채 발견됐다.

16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2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는 건축업자 B(61)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자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지난 2월까지 활동했다. A씨가 살던 연립주택은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으며 그는 최근까지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가 2019년 8월 해당 주택에 입주할 당시에는 전세금 6800만 원에 계약했으나 2년뒤 재계약 때는 전세금을 9000만 원으로 올려줬다. A씨는 주택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최우선변제금 34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5600만 원은 받기 어려운 상태였다.

대책위는 “대책위 회원 분들에 따르면 (고인은) 전세사기 피해 이후 최근까지도 너무나도 괴로워하셨다고 한다”며 “관련 정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TF를 구성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B씨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월 28일 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업자 B씨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등 공범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