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日 "선거기간 폭거" 분노···내달 G7 정상회의 경호 비상
24세 남성 '기무라 유지' 체포
위력은 작아 경찰관 1명만 경상
칼·라이터 소지···"수년간 집에 틀어박혀 생활"
기시다 피신 후 예정된 일정 소화
23일 보선 與 열세 속 영향 촉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세 중 피살된 지 9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노린 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현장에서 피신한 기시다 총리는 이후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고 경찰은 24세 남성 용의자를 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주요국 정상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16일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15일 오전 11시 30분 오사카부 남쪽에 있는 와카야마현의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발생했다. 이달 23일로 예정된 중·참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지원 연설을 하기 위해 이 지역을 찾은 기시다 총리가 연설 현장으로 이동할 때 청중으로부터 은색 통이 날아왔다. 사복 경호원 여러 명이 재빨리 기시다 총리 옆에 붙었고 와카야마현 경찰본부로 그를 피신시켰다. 용의자는 은색 통을 던진 직후 옆에 있던 빨간색 상의의 중년 어부에게 ‘헤드록’이 걸렸고 뒤따라 온 경호원 등에 의해 제압당했다. 용의자가 제압된 후 약 20~30초 정도 지나 은색 통에서 폭발음이 나고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기시다 총리가 현장을 벗어난 후였으며 경찰관 1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위력 업무 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유지(24)의 효고현 가와니시시 자택을 이날 오전 수사했다. 수사의 초점은 범행 동기인데 기무라는 제압당할 당시 총리에 대해 특별한 발언은 하지 않았고 체포 이후에도 “변호사가 오면 이야기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기무라가 13cm 길이의 칼과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었고, 자택에서 화약으로 추정되는 분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무라의 가족은 경찰에 “일정한 직업 없이 수년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을 계속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라는 지난해 9월 가와니시시의회가 개최한 시정 보고회에 참가해 시의원 급여 등에 대해 열심히 질문도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기무라가 통에 발화 장치를 넣은 이른바 ‘쇠파이프 폭탄’을 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요미우리는 “폭발음이 난 뒤에 하얀 연기가 확산한 것을 보면 흑색 화약이 사용된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사건이 벌어진 지 약 1시간 후 JR와카야마역 앞에서 가두연설을 계속했다. 그는 평소보다 떨리는 목소리로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고 트위터에 “가두연설 현장에 계속 서겠다”고 적었다.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이날 취재진에 기시다 총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 이런 폭거가 일어나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달 19~21일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직 총리를 노린 테러가 발생하면서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찰청은 전국 경찰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테러 대책 전문가인 일본 공공정책조사회연구회의 이타바시 이사오 센터장은 “현직 총리를 겨냥한 범죄라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 선거에서 경비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사건이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중의원 4곳, 참의원 1곳의 보궐선거가 열리며 기초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통일지방선거 후반부 선거도 치러진다. 기시다 총리의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라는 게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13~15일 요미우리가 유권자 27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중의원 야마구치 4구에서만 집권 자민당이 우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7월 아베 전 총리가 피살된 후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압승한 것처럼 이번에도 여권의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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